정태욱-이상민, '티격태격' 시작-'츤데레' 마무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4.11 16: 15

치열한 경쟁자이고 '츤데레'로 일관했지만 팀의 조직력은 더욱 좋아졌다. 구사일생으로 골든타임을 지켜낸 동료 때문에 팀의 의지가 새롭게 생겼다. 
지난달 27일 천안에서 열린 U-20 4개국 친선대회 잠비아와 경기서 중앙 수비수 정태욱(아주대)은 공중볼 다툼 후 중심을 잃고 떨어져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신태용호 선수들 뿐만 아니라 잠비아 선수들까지 놀랐다. 그 중 중앙 수비 파트너인 이상민(숭실대)이 정태욱에게 달려갔다. 
의식을 잃은 정태욱의 혓바닥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자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한 이상민은 지체없이 손가락으로 빨려 들어가던 혓바닥을 끄집에 냈다. 그리고 정태욱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자 얼른 정태욱의 입을 크게 벌려 기도 부분을 확보하며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수차례 인공호흡을 하자 정태욱의 의식이 조금씩 돌아왔고, 곧바로 U-20 대표팀 의료진이 투입됐다. 그리고 경기장에 대기하던 앰뷸런스도 그라운드로 진입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구급 활동이 지연되자 화가 난 이승우(바르셀로나)가 거친 제스처를 해가며 심각성을 알렸다.
11일 파주 NFC(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에 앞서 인터뷰를 실시한 정태욱과 이상민은 대표팀이 소집되면 한 방을 쓰는 룸메이트. 경쟁자 의식은 분명하게 갖고 있지만 둘은 친한 친구였다. 어린 시절 함께 속한 팀은 없었지만 19세 이하 대표팀에 만나면서 중앙 수비수로 경쟁자이자 동반자가 된 둘은 새로운 인연까지 맺으면서 더욱 친밀해졌다. 그러나 속내를 숨기도 툴툴대는 '츤데레'의 모습도 나타내면서 젊은이다운 모습도 보였다. 
훈련에 앞서 정태욱과 이상민은 나란히 인터뷰를 실시했다. 정태욱이 "계속 함께 엮이니까 지겹네요"라고 말하자 이상민은 "건방진데!"라며 맞받아쳤다. 악연이라고 말할 정도다. 아쉬움이 큰 어려움을 모두 이겨냈기 때문에 함께 농담을 건네는 사이가 됐다. 
이상민은 "2가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첫번째는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2번째는 혀가 말려 들어가면 안된다는 생각만 했다"며 "그 때 막았던 손가락은 괜찮아졌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물었다. 점점 약해지는 것을 생각하고 심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집중했고 결과가 좋아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상민은 "(정)태욱이가 쓰러진 모습은 한번 봤다.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위험하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볼 생각은 없었다. 좋은 장면이 아니기 때문에 찾아볼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의식을 찾은 뒤 정태욱이 한 것은 "손가락 괜찮냐?"는 질문이었다. 본인의 턱도 아팠기 때문에 더 물어봤다. 모두 여유가 생긴 후였다. 또 모바일 단체 대회방에서도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정태욱은 "친구들에게 그저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됐다. (이)상민이에게도 웃으면서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팀원들이 정말 걱정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둘은 계속 티격태격 됐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없었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구해준이에게도 고맙다는 말 보다는 장난으로 임했고 고생한 이도 다친 이에게 티격태격 됐다. 그러나 요즘 말하는 '츤데레'였다. 그만큼 서로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는 상황. 
이상민은 이번 행동으로 보건복지부상까지 수상했다. 그는 "상금은 부모님께 모두 드렸다. 상을 받고난 뒤 태욱이와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도 했다. 그 때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비록 경쟁자지만 함께 다시 뛸 수 있는 것이 가장 기쁘다"고 강조했다. / 10bird@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