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동하 "'김과장' 경리부, 서로 대사 뺏어..애드리브 전쟁"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7.04.14 14: 42

새로운 얼굴인데 꽤 연기를 잘 한다. 분명 틱틱대는 말투인데 짜증이 나기는커녕 귀여운 마음마저 든다. 바로 '김과장'이 발굴한 신예 중 한 명인 배우 동하 이야기다.
동하는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 최윤석)에서 김성룡(남궁민 분)을 만나 점점 개과천선하는 재벌 2세 박명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그가 극중 선보인 탄자니아어 연기는 방송 후 뜨거운 반응을 얻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을 정도. 동하는 이 신에 대해 "100% 애드리브였다"고 설명하며, 실시간 검색어 1위 소식을 듣는 순간 이를 믿지 못했을 정도로 "어안이 벙벙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농담하지 말라'고 했죠. 사실 그 장면은 100% 애드리브로 탄생했어요. 대본에 있는 대사가 아니었거든요. 영어로 작가님이 써주셨는데 탄자니아인과 아프리카식 영어로 통화하는 설정이었어요. 어쨌든 탄자니아인과 대화만 통하면 되니까 아예 탄자니아어로 해야겠다 싶었죠. 이후 감독님께 허락을 받고 쉬는 시간에 유튜브에서 상황에 맞는 말들을 찾아 연습했어요."
동하는 이러한 애드리브가 가능했던 이유로 편안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꼽았다. 알고 보니 '김과장' 촬영 팀 중 일부가 동하의 출연작이었던 KBS2 '뷰티풀 마인드' 팀 스태프였던 것. '김과장'을 연출한 이재훈 PD 또한 '뷰티풀 마인드'에서 모완일 PD를 도왔던 조연출이었다.
"감독님 및 A팀 스태프들이 '뷰티풀 마인드'에서 함께했던 분들이라 현장 분위기가 편했어요. 드라마 자체가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아서 더 그랬고요. 경리부 전체가 애드리브에 미쳤었죠. 전쟁이었어요. 내 대사 네 대사가 없었죠. 더 잘하는 사람이 (대사를) 갖는 거였어요. 다들 대사를 칠 때마다 분위기가 좋았고요. 대본이 85%, 애드리브가 15% 정도였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촬영이 편안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촬영 초반, 안하무인 재벌 2세를 연기해야만 하는 동하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괴롭히는 신이 유독 많았던 것. 특히 김원해의 정강이를 차는 신에선 첫 만남부터 연기를 해야 해 진땀을 흘렸다고.
"첫 만남에 선배님의 정강이를 차야 하는 장면을 촬영했어요. 선배님이 제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화끈하게 차고 한 번에 끝내자'고 말씀해주셨죠. 리허설을 20번 정도 한 후에 촬영은 한 번에 끝냈어요. 정말 다행이었죠."
남궁민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극중 김성룡은 박명석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동하 또한 선배 남궁민의 배려 덕분에 더욱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선배님이 정말 잘 이끌어주셨어요. 저보다 훨씬 경험이 많으니까 모르는 걸 질문하면 친절하게 답해주셨죠. 사실 후배들이 선배들께 질문을 하는 거 자체가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선배님은 그런 경계선을 없애주셨어요. 애드리브나 액션 같은 걸 말씀드리면 상황에 어긋나지 않는 한 100% 'OK' 해주셨고요. 막상 그러면서도 본인은 '이렇게 해'가 아니라 '이렇게 해도 될까?'라고 물어보셨죠. 호흡도 정말 좋았고 많이 이끌어주셔서 그림이 더 빛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선배들의 가르침이 통했는지, '김과장'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 동하는 자신이 맡은 박명석 역에 대해 남다른 이해도를 보여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사람의 천성은 잘 안 변한다고 생각해요. 명석이는 처음부터 악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속에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걸 김성룡 과장이 잘 이끌어준 것뿐이고요. 보통 악한 사람들이 어떤 대사를 하면 무섭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데 명석이는 굉장히 가벼운 느낌이었거든요. 싸가지 없긴 했지만요. 사실 그 아이는 선과 악의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았을 뿐,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해요." 
동하의 의도대로 시청자들은 박명석에게 '멍석이'라는 귀여운 애칭까지 붙여주며 그를 친근하게 여겼다. 틱틱거리면서도 속정이 느껴지는 중독성 있는 말투가 매력적이라는 호평도 내놨다. 이에 대해 동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전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두려웠어요. 캐릭터 자체가 싸가지가 없고 개념이 없어서 '이건 진짜 욕 먹겠구나' 싶었거든요. 초반엔 댓글도 아예 안 봤고요.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놀라워요. 지금은 감사할 따름이고요. '이런 캐릭터도 좋게 평가를 받을 수 있구나'하고 새삼 느꼈어요. 드라마가 끝나서 요즘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계속 보고 있어요. 행복한 시간이죠."(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nahee@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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