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5·텍사스)의 2016년은 부상으로 얼룩졌다. 네 번이나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 부위도 다양했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그 결과 48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시즌의 70%를 날렸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추신수도 지난해 부상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름대로 충실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예고도 없이 찾아온 부상에 발목이 잡히자 마음만 답답했다. 결국 올해는 큰 결단을 내렸다. 그간 자신의 시즌 준비 과정을 크게 바꿨다. 훈련 방법부터 경기 출전 패턴까지 손을 댔다. 자신만의 루틴이 확실한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스프링 트레이닝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부상 없이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추신수도 “준비가 잘 됐다. 몸도 좋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난해도 추신수의 준비가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경기 중 부상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부상은 운동선수의 숙명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부상 악령에서 탈출할 때가 된 추신수다. 추신수의 올 시즌 첫 목표도 부상 없이 시즌을 끝내는 것이다.
부상이 잦은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움츠려들 수도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그런 것이 일반적이다. 부상 때문에 최근 몇 년을 고생했던 추신수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추신수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추신수는 “작년에는 정말 생각지도 않게 부상을 당해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부상이야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고 이야기하면서 정석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추신수는 “오히려 신경을 써 조심하다보면 부상이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떠올린 뒤 “과감하게 플레이를 할 때는 과감하게 하겠다. 그럴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조절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히려 추신수보다 더 신경을 쓰는 쪽은 구단인 것 같다. 텍사스는 올해 추신수의 지명타자 활용 비중을 높일 예정이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방안은 없다고 밝혔지만, 추신수는 11일(한국시간)까지 5경기 출전 중 지명타자로 4경기, 우익수로 1경기에 나섰다. 지명타자 출전 비중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건강한 추신수의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올해는 부상이란 단어와 작별을 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