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작가의 작품에는 분명 중심이 되는 악역은 아닌데 악역보다 더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분노 유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번 '귓속말'도 예외는 아니다. 먼저 배신을 하고도 질투에 사로잡힌 경찰, 바로 이현진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5회에서는 진범 강정일(권율 분)을 잡기 위해 손을 잡은 신영주(이보영 분)가 키스를 하며 위기를 모면하는 엔딩이 그려져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앞으로 두 사람이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박경수 작가는 이 두 인물을 통해 깊이 있는 어른 멜로를 그려낼 예정이며, 이보영과 이상윤은 언제 등을 돌릴지 모르는 긴장감 넘치는 관계를 형성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신영주(이보영 분)와 결혼할 사이였지만 배신을 했던 박현수(이현진 분)가 또 한번 경찰 자질이 의심되는 행동을 해 모두를 분노케 만들었다. 앞서 박현수는 신영주와 이동준(이상윤 분)이 동침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동준은 강정일이 신영주에게 놓은 덫을 역이용하며 박현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이 폭행을 당하면 박현수가 그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게끔 작전을 짰던 것. 하지만 박현수는 이동준을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신영주에게 질투한 나머지 이동준에게 알리지 않고 철수를 해버렸다.
결국 이동준을 사지로 내몰고 또 다시 배신을 하게 된 것. 징계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이전의 배신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경찰 자질이 의심이 될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취한 행동을 하는 박현수에 시청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박경수 작가의 전작을 살펴보면 이렇게 친구 혹은 연인이었다가 배신을 하게 되는 설정이 꼭 등장하곤 한다. '추적자'에서는 백홍석(손현주 분)의 친구이자 의사인 윤창민(최준용 분)이, '펀치'에서는 박정환(김래원 분), 신하경(김아중 분)의 친구이자 검사인 이호성(온주완 분)이 배신을 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들은 주인공들의 위기를 조장하며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던져주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물론 분노 유발로 인해 비난을 받는 캐릭터이기도. 박현수 등장 장면은 아직까지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귓속말'에서 그가 누구의 편에 서게 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귓속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