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어느 날' 김남길·천우희가 건네는 공감, 그리고 치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4.11 09: 20

 ‘어느 날’(감독 이윤기)을 단순히 봄날의 로맨스 영화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죽음과 이별로 인한 부재, 결핍,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영화로서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진 인간미를 찾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보험회사 과장 이강수(김남길 분)는 아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지만 나름대로 밝게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집에 있을 때는 슬픔에 빠져 술로 외로움을 달래곤 한다. 회사로 복귀한 그는 뺑소니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피해자 단미소(천우희 분)의 사건을 맡게 된다.
팀장의 지시로 강수는 시각장애자인 미소가 자살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꼬투리를 잡아 보험금 지급을 중단하기 위해 병원으로 갔는데, 멀쩡한 미소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알고 보니 그녀는 미소의 영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강수의 눈에만 보여 의문을 자아낸다.

강수도 처음에는 그런 그녀를 무서워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조금씩 소통해나가기 시작한다. 미소는 시각장애인이자 고아로 살아온 설움을, 강수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털어놓으며 마음 속 상처를 치유 받게 된다.
트라우마의 희생자들은 자신들의 정서적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신들의 부적응적인 행동까지 포용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과 연결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안정과 소통을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트라우마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이해야말로 치유의 진정한 시작인 것이다.
‘어느 날’에는 이윤기 감독 특유의 잔잔함과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유머, 휴머니즘이 고르게 섞여 있다. 나름의 결핍을 간직한 남녀가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얻어 가는 이야기다.
말로써 다 할 수 없는 위로를 건네고, 당연함을 외면하던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든다. 혹시 원치 않게 마음을 다친 사람이라면 자신 있게 권하고 싶다. 이 영화 한 편이 당신을 조용히 위로할 것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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