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놀기 좋아하는 무직의 미국 여자가 괴물로 변신해 서울을 공격한다면?’
이처럼 막연하고 엉뚱한 상상을 담은 괴수 판타지 영화 한 편이 국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10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외화 ‘콜로설’(감독 나초 비가론도)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20일 개봉에 앞서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통해 국내 대중에게도 친숙한 배우 앤 해서웨이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파격적인 코믹연기를 펼친다.
SF 판타지 스릴러 영화 ‘콜로설’은 엉뚱한 생각과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금껏 숱한 괴수 영화를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순수하고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는 처음이다. 미국 뉴욕에서 남자친구 팀(댄 스티븐스)과 살던 글로리아(앤 해서웨이)는 직업 없이 한심하게 살다가 결국 그에게 차이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텅 빈 집에서 외롭게 지내던 글로리아는 어릴 때부터 고향에 살던 초등학교 동창 오스카(제이슨 서디키스)를 우연히 만나 반가워하고, 두 사람은 그 날 저녁 또 다른 동창생들을 불러모아 함께 술을 마시며 어릴 때의 추억에 빠진다. 직업이 없던 글로리아를 불쌍하게 여긴 오스카는 자신의 바(Bar)에 그녀를 취직시키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그 덕분에 ‘한량’ 글로리아가 자립을 하면서 한심한 생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좋아할 새도 없이 큰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미국의 반대편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거대한 괴수가 등장한 것. 먼 곳의 일로 넘겨 버릴 수도 있었으나, 글로리아는 그 괴물이 자신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고 서울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3월 한국에서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한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수많은 SF 판타지 영화나 사회성 짙은 영화를 보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캐릭터들을 만났지만 ‘콜로설’은 그들과 궤를 달리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정상적인 것들에 대해 괴물 취급을 하고, 남들과 동일한 모습이 되도록 강요를 하는 현실에 살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풍자한다. 상대와 다름을 존중해 준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최소한의 인정만 해도 모두가 획일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강요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이 처음부터 괴물 같은 존재였던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외면과 무시, 위협이 그들을 괴물이 되도록 방치했음을 상기한다면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보듬어야 할 곳은 바로 나 자신임을 인식하게 된다.
영화에서처럼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공포가 아니라, 다른 것이 곧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이 사회가 더욱 공포스럽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이미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