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 김영애가 지난 9일 세상을 떠났다. 영화 ‘판도라’와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통해 최근까지도 활발한 연기활동을 보여줬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을 향한 대중들의 슬픔과 충격은 더욱 컸다.
김영애는 지난 2012년 췌장암 선고를 받고 치료에 전념했지만 지난해 재발해 투병생활을 하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 당시에도 병원과 촬영장을 오가며 연기 투혼을 발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연기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지난 1971년 MBC 공채 탤런트 3기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김영애는 46년간 드라마와 영화를 막론하고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쉼 없는 연기생활을 이어갔다.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좋은 귀감이 되어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때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때로는 한 없이 인자한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으로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 김영애는 수많은 인생작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매 작품 마다 다양한 캐릭터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의 수많은 대표작 가운데서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작품 중 하나가 KBS2 '황진이'다. ‘황진이’에서 송도 기방의 행수 기녀 임백무를 연기한 그녀는 극 중 첫 등장부터 마지막 최후까지 소름끼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김영애라는 배우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특히 황진이를 위해 백무가 자살을 택하고 마지막 순간 슬픔과 행복이 뒤섞인 듯 학춤을 추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역대 드라마 중 가장 인상 깊은 마지막 퇴장이라는 찬사를 얻기도 했다.
‘황진이’ 속 백무가 보여준 진짜 예인의 모습은 일견 일생동안 연기를 파고들었던 김영애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듯하다. 예인 김영애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녀의 작품들은 오랫동안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mk3244@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