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구 피안타율 6할6푼7리로 구사율 저하
체인지업 구사율 증가로 타자들에 간파당해
두 경기 연속 2⅓이닝 조기강판. NC '토종 에이스' 이재학(27)의 부진이 심상치않다.
이재학은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SK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경기에 선발등판, 2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6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는 56개로 많지 않았다. 사사구도 없었지만 피안타가 워낙 많아 마운드에 계속 둘 수 없었다. 이재학은 지난 1일 롯데와 경기에 첫 등판해 2⅓이닝 3피안타 4볼넷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두 경기 연속 조기강판 후 패전이었다.
이제 단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이재학의 경기 내용은 부정적인 암시를 띄고 있다. 바로 '주무기' 체인지업이 휘청이는 것이다.
이재학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체인지업 투수다. 속구와 체인지업, 단 두 구종만을 섞어 던지는 데도 타자들은 공략에 애를 먹는다. 이재학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이재학의 체인지업은 눈앞에서 사라진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바로 그 체인지업이 흔들리자 이재학이 휘청이고 있는 것. KBO리그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재학의 지난 시즌 체인지업 구사율은 43.1%. 많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속구(52.6%)에 이은 제2구종이었다. 2015시즌에도 39.3%의 체인지업으로 속구(53.3%)에 비해 덜 던졌다.
올 시즌에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재학은 올 시즌 두 경기서 총 118구를 던졌다. 이 중 체인지업이 무려 66.1%였다. 속구는 단 29.7%. 지난해까지 제2구종 역할을 했던 체인지업을 속구보다 두 배 더 던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속구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학의 올 시즌 속구 피안타율은 무려 6할6푼7리다. 예년에 비해 구속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통타당하고 있다. 결국 속구의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체인지업 의존도를 높였다.
문제는 상대 타자들도 이를 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학의 첫 등판이었던 1일 롯데전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1할4푼3리에 그쳤다. 하지만 9일 SK전에는 무려 4할4푼4리로 껑충 뛰었다. 이날 경기 체인지업 피OPS는 무려 1.278이다. KBO리그를 '씹어 먹던' 2015시즌 에릭 테임즈(밀워키)의 OPS가 1.288이었다. 이재학의 체인지업을 만나는 타자들은 모두 테임즈급 괴력을 과시한 셈이다.
KBO리그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제공하는 경기검색에 따르면 9일 경기에서 내준 피안타 8개 중 6개가 체인지업이었다.
체인지업은 구속의 변화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게 주된 기능이다. 하지만 속구 피안타율이 높아 체인지업을 60% 이상 던지면 타자들이 예측하고 들어서게 된다. 체인지업의 장점을 상실하는 것이다.
주 무기가 흔들리자 이재학도 흔들리고 있다. 결국 체인지업의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무너진 속구를 되찾아야 한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