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의 덫? 김현수-BAL 모두 빈손 전락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10 06: 01

최근 메이저리그(MLB)의 트렌드 중 하나는 플래툰 시스템이다. 상대 투수의 유형에 따라 한 포지션에 여러 선수들을 투입시킨다. 보통 좌완에는 우타자를, 우완에는 좌타자가 나선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타자는 좌완에 강하고, 좌타자는 우완에 상대적으로 강하다. 공을 볼 수 있는 시간과 각도 등 몇몇 부분에서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볼티모어도 외야에 플래툰 시스템을 쓴다. 부동의 주전이자 클럽하우스 리더인 아담 존스가 중견수 자리를 지키는 것 외에는 나머지 두 포지션은 매번 주전 출전 선수들이 바뀐다.
우완이 상대 선발일 때는 좌타자인 김현수와 세스 스미스가, 좌완이 선발일 때는 조이 리카드와 크레익 젠트리가 선발로 나선다. 개막 25인 로스터에 외야수를 잔뜩 집어넣은 볼티모어는 우익수를 볼 수 있는 우타자 및 지명타자 마크 트럼보의 활용성까지 극대화시키며 플래툰 시스템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그러나 때로는 고정관념이 독으로 돌아올 때도 있다. 10일 경기가 그랬다.

볼티모어는 10일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어김없이 외야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했다. 9일에는 우완 다나카 마사히로를 맞아 김현수와 스미스가 선발로 나섰지만, 10일에는 좌완 C.C 사바시아를 맞아 젠트리와 트럼보가 외야로 가고 트레이 만시니가 지명타자로 나섰다. 간판 거포인 크리스 데이비스를 제외하면 완벽한 우타 라인업이었다.
플래툰 외야수인 조이 리카드는 전날 경기에서 도루를 하다 왼손 중지를 다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여기에 김현수는 전날 다나카 마사히로와 델린 베탄시스라는 리그 정상급 투수를 상대로 3안타를 때리며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볼티모어는 최근 공이 빠르지 않은 기교파 좌완에게 절대적으로 약한 면모를 이어오고 있었고 젠트리의 타격감도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때문에 한 차례 플래툰을 깨볼 법도 했다. 이날 선발 라인업도 평소보다는 늦게 공개됐다.
하지만 벅 쇼월터 감독의 고집은 달라지지 않았다. 젠트리를 그대로 밀어붙였고, 김현수는 선발에서 제외됐다. 현지 취재진은 라인업 공개 전 리카드의 부상으로 김현수의 선발 기용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결론은 “역시나”는 반응이었다. 김현수의 몸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은 젠트리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개인 잔루도 3개였다. 올 시즌 여전히 안타가 없다. 6번으로 내려간 만시니 또한 병살타 하나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타율(.125)은 2할이 안 된다. 만시니 앞에 있었던 5명의 주자들은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추가점을 내야할 때 추가점을 내지 못한 볼티모어는 양키스의 맹추격에 시달리더니 8회 3-3 동점을 허용한 끝에 3-7로 역전패했다. 시즌 첫 패배의 쓴 맛을 봤다. 볼티모어도 얻은 것이 없었고, 전날 감을 이어갈 기회조차 잡지 못한 김현수도 얻은 것은 없었다.
물론 플래툰 시스템은 구단의 치밀한 계산속에 완성된 결론이며, 이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볼티모어는 그런 전략으로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등 나름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쇼월터 감독의 개인적 결단이라고도 더더욱 할 수 없다. 그러나 리카드의 부상, 전체적인 우타자들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든 게 아쉬웠다.
볼티모어는 하루를 쉬고 12일 보스턴과 상대한다. 상대 선발이 좌완 드루 포머란츠로 예정되어 있어 김현수는 이날도 선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제한된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다. 좌완을 상대로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던 쇼월터 감독의 발언은 아직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10일 동안 경기에 뛸 수 없는 리카드 부상 변수가 팀 전략에 어떤 변화를 줄지는 관심거리다. /skullboy@osen.co.kr
[사진] 볼티모어(미 메릴랜드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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