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9·볼티모어)는 천부적인 타격 재질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와 별개로, 항상 연구하고 공부하는 선수다. KBO 리그 시절부터 그랬다.
두산 시절 주위의 관계자들은 “지독하게 파고들고, 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큰 거부감이 없는 선수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도 그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변화를 시도했다”라고 떠올린다. 이런 평가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김현수는 항상 진지하게 노력한다. 나는 이런 모습을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다.
KBO 리그 시절 비디오로 연구했던 선수들은 이제 김현수의 눈앞에 있다. 꿈이 현실이 됐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은 많지 않다. 잠깐 안주하거나 방심하면 곧바로 자신의 자리를 잃는 곳이 바로 MLB다. 지난해 MLB 무대에 연착륙한 김현수도 지난해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2년차를 맞아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다.
김현수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에 많은 신경을 썼다. 지난해 활약으로 자신의 자리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된 만큼 한결 수월하게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김현수도 “이것저것 많이 실험을 해봤다. (그것의 결과에) 그렇게 만족하지는 못하는데 그래도 실험을 많이 한 것은 괜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긴 시즌을 앞두고 최적의 플랜을 찾는 동시에 언제든지 다른 방안을 꺼내들 수 있도록 이런 저런 대비를 했다는 의미다.
KBO 리그 시절처럼 분석도 철저히 한다. 첨단 기술과 맞물린 MLB의 분석 시스템은 정평이 나 있다. 현미경도 그런 현미경이 없다. MLB에 처음 가본 한국 선수들이 모두 놀랄 정도다. 김현수도 구단이 제공하는 분석에 자신만의 분석과 경험을 더해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다. 낮에는 훈련과 경기, 남는 시간은 공부에 할애한다.
9일(한국시간) 양키스전에서도 그런 김현수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양키스를 대표하는 투수들인 다나카 마사히로(2안타)와 델린 베탄시스(1안타 결승타)를 상대로 모두 안타를 쳐냈다. 김현수는 경기 후 “특별히 노린 것은 없지만, 다나카는 변화구를 많이 던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년에 상대했을 때도 그렇더라”라면서 “연습 때부터 변화구는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베탄시스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헛스윙을 유도하는 투수이며, 또한 그 중심에는 최정상급 위력을 과시하는 너클커브가 있다. 그러나 김현수는 그 너클커브를 때려내 결승타를 만들었다. 이 또한 김현수의 치밀한 계산이 있었다. 김현수는 “변화구로 승부를 하고 직구를 많이 보여준다는 분석이 있었다. 직구가 워낙 빠른 투수라 직구를 좀 더 높게 보고, 비슷하면 친다는 생각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현수의 적중한 계산은 관중들의 흥분으로 이어졌다.
MLB는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숨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분석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김현수가 분석을 하는 것처럼, 상대도 김현수를 철저하게 분석한다. 하지만 아직 김현수가 괜찮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김현수의 노력이 좀 더 치열하다는 의미도 된다. 김현수는 “분석이 도움이 안 된다면 거짓말인데, (리그 규모가 큰) MLB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선수들이 너무 많다”고 웃었다. 하지만 지금 마음가짐이라면 그 또한 시간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skullboy@osen.co.kr
[사진] 볼티모어(미 메릴랜드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