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마음에 든다".
KIA 외국인타자 로저 버다니다(33)는 9일 광주 한화전에서 양현종과 함께 투타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를 끝낸 버나디나는 진행을 맡은 MC와 함께 자신의 응원가에 맞춰 박수를 치고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율동으로 신명나게 춤을 췄다. 광주 홈팬들도 그런 버나디나를 보며 '빵' 터졌다.
버나디나의 응원가는 1800년대 미국민요를 개사해서 만든 것이다. 자신만의 응원가도 신기한데 홈팬들이 다함께 응원가에 맞춰 율동을 따라하는 모습은 버나디나에게 일종의 '신세계'였다. 네덜란드령 퀴라소 출신 버나디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7년을 뛰었고, 베네수엘라·멕시코 윈터리그도 경험한 바 있다.
버나디나는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다. 선수라면 어딜 가든 적응을 하기 마련인데 한국 문화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응원 문화가 특히나 재미 있다. 앞으로도 한국만의 문화에 적응하며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KBO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버나디나는 응원 문화뿐만 아니라 야구에도 적응해 가고 있다. 시즌 첫 6경기에선 24타수 5안타 타율 2할8리 2타점 무볼넷 1사구 7삼진에 그쳤지만, 8일 한화전 2타수 1안타 2볼넷 1도루에 9일 한화전에서는 7회 결승 투런 홈런 포함 2안타 2타점 1도루로 펄펄 날았다.
버나디나는 "아직 몇 경기 치러보지 않아 성급한 평가일 수 있지만 KBO리그는 전체적인 수준이 높고, 영리한 투수들이 많다. 나도 새로 적응해가는 과정이다"며 "한국식 타격 메커니즘을 공부하고 있다. 그동안 스윙이 길게 나와 공을 쫓아다녔는데 이젠 스윙을 짧게 해서 공을 오래 보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타격 영상 등을 보며 연구한 것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박정진을 상대로 홈런을 터뜨린 것도 적응의 결과물이었다. 버나디나는 8일 한화전 7회 1사 2·3루에서 박정진을 상대로 5구 볼넷을 골라냈다. 이튿날 다시 만난 박정진에게서 4구째 가운데 몰린 137km 직구를 우월 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버나디다는 "전날 한 번 본 투수였고, 내가 기다리고 있던 공이 와서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버나디나의 장점인 주루와 수비는 따로 적응이 필요없을 만큼 뛰어나다. 벌써 도루 3개로 NC 나성범(4개)에 이어 2위에 랭크돼 있다. 그는 "목표한 도루 숫자는 없지만 출루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도루를 하기 위해 타이밍을 잡고 있다"며 "외야 수비는 매일 연습해야 하지만, 항상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서서히 적응해가는 버나디나가 본격적인 비상을 앞두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광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