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이 말하는 '포수' 최정과 신성현의 차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10 13: 00

"공만 잘 받아주면 되죠". 
한화 마무리투수 정우람(32)은 지난 8일 광주 KIA전에서 진귀한 경험을 했다. 포수 조인성과 차일목이 교체된 가운데 내야수 신성현(27)이 포수로 깜짝 투입돼 정우람과 배터리를 이룬 것이다. 4-3 한 점차 살얼음 리드 상황에서 어느 투수라도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정우람은 달랐다. 첫 타자 최형우를 5구 승부 끝에 2루 땅볼 처리한 뒤 나지완·서동욱을 초구에 중견수 뜬공,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공 7개로 경기를 속전속결로 끝냈다. 경기 후 정우람은 "(신)성현이가 안정적이고 긴장도 안 해 깜짝 놀랐다. 그 덕분에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사실 투수는 포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포수에 예민한 투수들은 자신의 전담 포수를 따로 두기도 한다. 승부처에서 그동안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보지 못한 포수를 앉혀 놓고 던진다는 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정우람이 흔들림 없이 던질 수 있었던 건 6년 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SK 시절인 지난 2011년 6월17일 잠실 LG전에서 정우람은 내야수 최정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당시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는 9회초에만 대거 5득점을 내며 6-4로 역전했지만, 포수 자원을 모두 소모했다. 최정이 3루수에서 포수로 수비위치를 옮긴 가운데 9회 투입된 정우람이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정우람은 최정과 신성현을 비교해 달라는 물음에 "(최)정이는 그 전에도 포수 경험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투수-포수를 같이 했다. 그런데 성현이는 포수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것도 갑자기 포수로 나오게 돼 긴장이 많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떨지 않더라"며 최정보다 신성현의 손을 들어줬다. 
최정은 2011년에 앞서 2006년 6월13일 잠실 두산전에도 2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쓴 경험이 있었다. 반면 신성현은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처음 포수 장비를 찼다. 그러다 보니 어색하게나마 프레이밍을 위해 노력한 최정과 달리 신성현은 공을 포구하는 동작조차 어색했다. 
최형우 상대로 정우람의 초구 헛스윙된 직구를 놓쳤고, 3구째 커브도 뒤로 빠뜨렸다. 하지만 정우람이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가는 공으로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적극 유인했고, 타격·파울 타구를 제외한 신성현이 직접 포구한 공은 4개밖에 되지 않았다. 정우람은 "사인은 내가 가르쳐준대로 했다"며 "공만 잘 받아주면 됐다"면서 웃어보였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사실 정근우를 포수로 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표정을 보니 자신 없어 하더라. 그래서 신성현으로 간 것이다"며 "신성현이 떨지 않고 잘해줬다. 요즘에 어느 팀이든 마무리투수가 고전하고 있는데 정우람은 그렇지 않았다. 그걸 만든 게 바로 캐처 신성현"이란 농담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waw@osen.co.kr
[사진] 정우람-신성현(위), SK 시절 최정-정우람(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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