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우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재... 총체적 난국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04.10 06: 40

잘 나가던 세계 최대의 자동차 공유 업체 우버(Uber)가 암초를 만났다.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위기가 아닌, 이대로 좌초될지도 모르는 총체적 위기다.
2009년 설립된 우버는 에어비엔비(AirBnb)와 함께 공유 경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공유 개념이 없던 자동차를 싼값에 같이 탄다는 개념을 도입하여 8년 만에 기업 가치를 약 700억 달러 가까이 끌어올렸다. 소유한다는 생각이 위주던 자동차를 같이 공유할 수도 있다는 개념의 변화로 실리콘밸리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7년 우버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올해 연달아 터지는 우버의 ‘악재’ 도미노는 창립자이자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의 거한 헛발질로 시작했다. 칼리닉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 주요과제로 삼은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색 인종과 젊은 세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들이 우버의 주 고객이었다는 점. 소비자들은 단순한 항의에 그치지 않고 SNS 상에서 우버 앱 삭제 운동(#Delete Uber)에 나서면서 공유 차량 업계의 2인자 리프트가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에서 처음으로 우버를 제쳤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칼라닉이 5일만에 자문직에서 사퇴했지만 우버의 '악재' 도미노는 시작에 불과했다.

2월 초에는 우버의 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수잔 파울러가 블로그를 통해 우버의 잘못된 기업문화(성차별, 성희롱, 동성애 비하, 상호비방)를 폭로했다. 파울러의 상사는 파울러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파트너’를 원한다는 성희롱 메시지를 보냈지만 인사부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파울러는 인사부서에서 “회사 내부에서 말썽을 원하지 않는다. 당신이 참거나 해결하라”란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칼라닉 CEO는 즉시 대처에 나섰다. 법무 장관 출신의 인사를 조사 책임자로 영입하고 허핑턴 포스트의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도 조사 위원으로 참가시켰다. 허핑턴은 “회사가 변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충격이 필요하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선보이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에서 “파울러의 일은 우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매우 자주 일어나던 일이다”라고 추가 폭로가 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말썽꾸러기’ 칼라닉 CEO는 다시 한 번 사고를 터트렸다. 2월 말 우버 서비스를 이용한 칼라닉은 운전 기사와 설전을 벌였다. ‘우버의 가격 인하 정책’을 항의하는 운전자에게 칼라닉이 ‘헛소리 하지마라’고 거칠게 대응하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됐다.
칼라닉은 동영상 공개 이후 즉시 사과에 들어갔다. 그러나 칼라닉의 전 여자 친구가 “칼라닉은 3년 전 방한 당시 직원을 데리고 도우미 노래방을 방문했다”고 폭로하면서 다시 한번 우버의 기업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버는 다양한 추문에 이어서 여러 가지 불법 운영 의혹에 휩싸였다. 우버는 불법 프로그램 ‘그레이볼(Greyball)을 사용해 단속을 피했다는 것이 공개됐다. 우버는 “그레이볼은 불법프로그램이 아닌 경쟁자의 가짜 호출 요청을 거부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라고 주장했지만 보도 이후 프로그램 사용을 중단하며 논란을 키웠다.
구글 알파벳의 자율 주행 차량 관련 회사  웨이모와는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웨이모는 “우버가 영입한 안소니 레반도우스키가 웨이모에서 일하던 시절 자율주행 관련 기술 파일을 수천건이나 빼돌렸다. 우버의 자율주행기술은 모두 도둑질한 것이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버는 “사실무근이다. 우버의 자율주행기술이 웨이모보다 뛰어난데 왜 도둑질하겠는가”라고 주장했지만 소송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악재는 이탈리아 법정에서 “우버는 이탈리아에서 불법 운영중이다”라고 판결이 떨어진 것이다. 우버는 현재 유럽연합의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운송 사업자인지, IT 서비스 업체인지 결정하는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판결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우버가 만약 운송 사업자로 판결된다면 교통 안전법, 노동법, 환경법 등 각종 규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유럽 사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버의 어두운 미래를 예측했다.
우버가 흔들리자 자동차 공유 시장의 이인자 리프트는 서비스 지역을 미국 100개 도시로 확대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악재로 흔들리는 우버와 달리 리프트는 최근 추가 자금 유치에 성공하며 기세를 타고 있다. 자동차 공유 시장의 선구자였던 우버가 연이은 악재로 이대로 무너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cadoo@osen.co.kr
[사진] 우버 앱. 아래 사진은 우버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뉴욕 택시 기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상] 우버 운전자와 말싸움 하는 우버 칼라닉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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