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로치가 엄지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kt wiz가 창단한 이래 최고의 질주를 보여주고 있다. kt는 2017 KBO리그가 개막한 후 7경기서 6승 1패로 승률 8할5푼7리를 기록했다. 개막전 승리를 한 것 외에는 kt는 이렇게 높은 승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물론 시즌이 매우 극초반이라는 한계가 있다. 시즌 전체 일정의 5%로 소화하지 않았다. kt가 모를리가 없다. 그러나 좋은 출발로 선수단 분위기가 매우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분위기가 kt의 호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kt의 질주에는 여러가지가 배경이 있다. 그 중 돋보이는 건 투수들의 활약과 호수비의 조화다. 투수진은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매 경기 호투를 보여주고 있고,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수비들은 지난해 최다 실책의 불명예를 벗고 최소 실책 1위를 달리고 있다.
투수들의 호투에는 호수비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많은 땅볼을 유도하고 있는 로치(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77)와 라이언 피어밴드(1경기 1승, 평균자책점 1.29)는 더욱 그렇다.
로치와 피어밴드가 등판하면 가장 바빠지는 곳은 3루수와 유격수다. 로치의 경우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싱커를 자주 구사해 더욱 많은 땅볼이 3루수와 유격수에게 향한다.
수비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유격수 박기혁의 경우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제 3년차가 된 심우준의 경우 걱정의 눈초리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수비 자체는 좋은 편이지만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우준은 개막 후 출전한 6경기서 걱정의 시선을 모두 지웠다. 완벽한 수비 능력을 선보이며 로치는 물론 모든 투수들이 안정적인 투구를 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된 것이다.
심우준은 "로치는 싱커를 많이 던지고, 피어밴드는 몸쪽에다가 공을 많이 던져서 3루쪽으로 땅볼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하게 된다. 특히 로치의 공은 바운드가 편하게 와서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수비를 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어려운 타구도 적지 않았다. 로치도 "동료들이 땅볼 수비를 잘해줘서 고맙다"고 표현할 정도. 특히 심우준에게는 경기 중에 감사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심우준은 "로치가 수비를 마친 후 엄지 손가락을 드는 제스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우준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살아나지 않고 있는 타격감이다. 시범경기서는 3할8푼2리를 기록했지만, 정규시즌에서는 2할2푼7리로 심우준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밝힌 심우준은 "수비에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타격은 아닌 것 같다. 시범경기서 좋았지만 시즌이 들어가니 다르더라. 내 타격을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3루 자리를 내꺼라고 할 수가 있다"고 전했다.
타격이 뜻대로 되지 않은 만큼 마음도 복잡하다. 심우준은 "공을 치지 못하고 들어가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내가 잘하던 선수가 아닌 만큼 복잡하다. 반대로 '내가 언제부터 잘했나'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쉽게 잊혀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팀의 베테랑 타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심우준은 "1번 타자로 나간 적이 있어서 이대형 선배께 물어보니 공격적으로 치라고 하셨다. 꼭 많이 볼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이진영 선배의 경우 공을 못치고 들어오면 대처법을 알려주신다"며 "조언을 듣는 만큼 노력도 같이 해서 타격에서도 잘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