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시한폭탄’ 크레익, 이번엔 제대로 터졌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4.08 16: 33

삭발한 마이클 크레익은 시한폭탄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대로 터졌다. 
서울 삼성은 8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17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90-73으로 꺾었다. 시리즈전적 3승 2패로 앞선 삼성은 8시즌 만에 4강에 진출했다. 삼성은 4강에 선착한 정규리그 2위 고양 오리온과 11일부터 4강전을 치른다. 
4차전을 앞두고 이상민 감독은 크레익과 긴 면담을 가졌다. 이 감독은 크레익의 잘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각성을 요구했다. 처음에 크레익은 “내가 켈리를 17점을 잘 막지 않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이 감독은 “너와 켈리의 대결이 아니다. 흥분을 하지 마라. 우리 팀의 1옵션은 라틀리프다. 그런데 네가 뛸 때 더 많은 슛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감독은 영상과 기록지까지 들이밀었다. 수많은 증거 앞에 그제야 크레익도 고개를 끄덕였다. 
크레익은 1쿼터 말미에 첫 등장했다. 노마크 3점슛 찬스를 얻은 그는 골밑의 김준일에게 패스했다. 김준일이 골밑슛을 넣으며 1쿼터를 마무리했다. 크레익은 이내 본색을 드러냈다. 2쿼터 중반 크레익은 켈리를 속이고 골밑으로 돌진했다. 덩크슛을 하려던 크레익의 손에서 공이 빠졌다. 당황한 크레익은 레이업슛이라도 넣으려 했지만 공이 빗나갔다. 크레익의 쇼맨십이 독으로 작용하는 순간이었다. 
크레익은 2쿼터 후반 3점슛 라인에서 한발자국 먼 상황에서 스텝백 3점슛을 던졌다. 크레익의 ‘커리 놀이’에 다시 전자랜드가 맹추격했다. 크레익은 속공상황에서 전자랜드 수비수 네 명을 앞에 두고 스핀무브로 치고 들어가 바스켓카운트를 얻었다. 몸을 날려 루즈볼을 걷어내기도 했다. 특유의 흥이 터졌다. 
크레익은 가끔씩 사고를 치지만 위력자체는 대단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였다. 크레익은 3쿼터 연속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3쿼터 말미에는 13점차로 달아나는 3점슛을 꽂았다. 크레익은 소원대로 관중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다. 이날 크레익은 15점, 4리바운드, 3점슛 2개, 6어시스트, 2스틸을 올려 삼성의 4강행에 기여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는 퇴장을 밥 먹듯 한다. 강백호는 카나가와현 지역예선 마지막 해남전에서 막판 상대팀 센터 고민구에게 패스를 하는 치명적 실수를 범한다. 이후 충격을 받은 강백호는 삭발을 하면서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결국 강백호는 산왕공고와의 전국대회 2차전서 위닝 점프슛을 넣으며 영웅이 된다. 
똑같이 삭발을 하고 나타난 크레익은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과연 크레익은 오리온과의 4강전에서 강백호가 될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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