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기자] 싱어송라이터 예서(22)는 요즘 꿈길을 걷는 것만 같다. 6년전 MBC ‘나는 가수다’ 박정현 무대를 방청석에서 봤던 자신이 최근 박정현과 함께 생방송을 했다. 지난 3일 네이버 V앱을 통해 생방송된 ‘히든트랙넘버V’의 눈도장 라이브였다. ‘히든트랙넘버V’는 정상의 ‘키맨’(Keyman)이 토크쇼와 콘서트를 통해 전도유망한 ‘라커’(Locker) 인디뮤지션을 세상에 알리는 프로젝트. 4월의 키맨이 바로 박정현, 라커가 예서였다. 뿐만 아니다. 예서는 이날 토크쇼에서 박정현 콘서트의 게스트로 초청받았다. 그것도 박정현으로부터 직접.
= 박정현과 함께 생방송을 해보니 어땠나.
“정신이 너무 없었다. 공연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니고, 게다가 건반을 치면서 노래까지 부른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엄청 긴장했다. 박정현 선배님이 재미있게 이끌어주셔서 다행이다.”
= 콘서트 게스트 제안까지 받았다. 대본에 있던 것인가.
“아니다. 콜을 받으면 좋겠다고 제작진이 말해주기는 했지만 순전히 방송중에 느닷없이 결정된 것이다. 게스트 콜은 그분의 권한이니까.”
= 예전 ‘나는 가수다’ 박정현 무대는 어떻게 가게 됐나. ‘히든트랙넘버V’ 때 댓글을 보니 ‘성덕’이라고 무척 부러워하더라.
“고2때인가 10대 방청객 모집 요청이 학교로 왔고 운이 좋아 가게 됐다. 무대에서 ‘꿈에’를 부르셨는데 마치 그냥 음원을 듣는 것만 같았다. 신기했다.”
= 박정현을 좋아했나.
“물론이다. ‘달아요’ ‘미아’ ‘위태로운 이야기’ ‘미장원에서’ ‘P.S. I Love You’ 등 박정현 선배님 노래는 어렸을 때부터 다 좋아했다.”
= 그날 생방송 현장에 있었는데 노래 정말 잘하더라. 사운드 클라우드에 음원을 올리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들었다.
“내가 만든 곡을 어디에 모아두고 싶어서 시작했다. 2015년 10월부터 한 1년 동안 10곡 정도 올렸다. 프라이빗 트랙은 90곡 정도 된다. 외국인들이 많이 듣는다는 이유도 컸다. 지금 하는 음악이 외국에서 건너온 일렉트로니카 장르라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가능성을 열어두면 좋을 것 같았다. 영어로 스케치해 음원을 올렸는데 다행이 많이 들어주셨다. 지난해 BBC 라디오에서 ‘당신 곡을 우리 라디오에서 틀 예정’이라며 메일을 보내준 적도 있다. 진짜로 틀어줘 신기했다. ‘노이지’라는 미국 음악채널에서는 ‘여성 프로듀서’로 소개되기도 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외국에 나가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외국에 나간 적이 없다(웃음).”
= 어떻게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하게 됐나.
“처음에는 기타만 쓰다가 아이패드를 통해 미디로 드럼을 집어넣으니 간단한 편곡이 되더라. 그래서 미디음악을 좀더 파고 들기 위해 2015년 9월께 맥북프로를 샀다. 나도 음원을 만들고 편곡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소리 자체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지금은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악기수가 많고 음수도 풍성하며 음압이 센 음악을 하고 싶다. 어쨌든 지금은 미디 강습을 통해 돈까지 벌고 있다. 현재 나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 지난해 11월17일 일렉트로니카 듀오 혼네(앤디 클러터벅, 제임스 해처)의 내한공연 때는 오프닝 게스트였다. 데뷔 1년도 안돼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날 함께 오프닝 무대에 선 딥샤워 오빠의 예전 EP에 보컬 피처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딥샤워 오빠의 소속사에서 혼네를 데려왔고, 오프닝 게스트가 필요하다고 해서 우연찮게 내가 된 것이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날 사실 목이 아주 안좋은 상황이었고 링거까지 맞은 상태였다. 그런데 진짜 아프니까 오히려 집중이 잘 돼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Bud’, ‘Fxxx with kiss’ ‘No City For Love’ 등을 불렀다. 혼네를 가까이서 보니 진짜 음악이 좋아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 같았다.”
= 지금까지 싱글로만 3장을 냈다(2016년 7월 ‘Let It All Go’, 2016년 12월 ‘Bud’, 2017년 2월 ‘No City For Love’(Fxxx with kiss, Fill my holes도 수록)). 올해 음반 계획은.
“5월에 첫 EP가 나온다. 확실치는 않지만 8곡 정도 될 것 같다. 기존 싱글은 많아야 1,2곡 들어갈 것이다. 영어로만 썼던 싱글과는 달리 한글 가사가 많은 편이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싱글들은 음반을 내기위해 쓴 곡들이 아니라 그냥 일기처럼 쓴 것들이다. 올 하반기에도 또 EP를 낼 계획이다.”
= 26일 ‘히든트랙넘버V’의 ‘잠금해제 라이브’ 콘서트는 어떻게 꾸밀 생각인가.
“3일 ‘눈도장 라이브’ 때는 상황상 건반 한 대로 어쿠스틱한 느낌이 나게 했다. 하지만 콘서트 때는 친구들과 밴드셋으로 무대를 꾸밀 생각이다. 드럼 연주에 사운드 체킹을 해주는 임레이, 건반을 치는 같은 학교(호서대 실용음악학부) 1년 선배인 안광현, 현재는 이렇게 2명만 확정된 상태다. 앞으로 기타와 베이스를 더 채우고 싶다. 사실 일렉트로니카 장르는 라이브가 어렵다. 그냥 인스트루멘탈을 쓰면 사운드가 ‘붕’ 뜬다. 그래서 밴드를 쓰기로 한 것이다.”
= 임레이는 지금까지 나온 싱글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담당했던 그 임레이(IMLAY)인가.
“맞다. 그 친구는 이미 외국 에이전시와 계약까지 맺은 상태다.”
= 기획사 연습생 출신이지만 현재는 소속사가 없다.
“계약조건이 맞는다면 회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대신 내 의견을 많이 수렴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 ‘히든트랙넘버V’를 하면서 많이 느꼈다. 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나를 이끌어줄 분들이 필요한 것 같다. 내 음악을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 사실 스무살 때 연습생 생활을 반년 하다가 안좋게 나왔는데 그때는 모든 게 멈춘 듯했다.”
= 수고하셨다. 앞으로 더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다들 저를 열심히 도와주고 응원해주시는 것 같다. 수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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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