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기(30·KIA)는 고교 시절부터 타격 재능 하나는 천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소 뒤늦게 가능성이 터지기는 했지만 임팩트는 강렬했다.
2013년에는 발목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26경기에서 타율 3할4푼을 쳤다. 부상에서 돌아온 2014년에는 83경기에서 3할6푼8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뛴 2015년은 137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22도루를 기록하며 SK 테이블세터진에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 고생한 만큼,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6년은 기대와는 반대로 갔다.
99경기에서 타율 2할7푼2리. 홈런과 같은 화끈한 장타를 기대하기 힘든 이명기임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김용희 당시 SK 감독은 이명기의 재능을 끝까지 믿었다. 그러나 처지는 타율에 장사는 없었다. 1군과 2군을 오르내리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가장 열심히 뛰고 방망이를 돌리는 선수가 이명기였다. 이명기는 당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끝까지 반등은 없었다. 겨울은 반성의 시간이었다. 이명기는 ‘욕심’을 부진의 원인으로 뽑는다. 이명기는 “지난해에는 체중을 불린 상태에서 야구를 해보려고 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체중은 83㎏에서 90㎏까지 불었다. 장타 욕심이었다. 좌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난 체중은 오히려 독이 됐다. 이명기는 “공이 중심에 잘 맞지 않더라. 몸이 둔해진 느낌이었다. 준비도 안일하게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심적으로도 힘들었다. 작년에는 성적에 쫓겨 자신의 야구를 하지 못했다는 게 이명기의 생각이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노력도 열심히 했다. 타격 연습량을 늘렸고, 뒤에 있던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자신의 약점인 몸쪽을 집요하게 노리는 상대 투수들의 성향을 역으로 이용하기 위한 공부도 많이 했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타격이 금세 회복되지는 않았다. 어쩌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나름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트레이 힐만 감독의 눈에 확실히 들지 못한 이명기는 시즌 개막을 2군에서 했다. 확실히 자리가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였지만, 이제는 1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런 이명기는 또 한 번의 전기를 맞는다. 트레이드다. 지난 7일 단행된 SK와 KIA의 4대4 트레이드 때 광주로 건너갔다. 인천에서만 야구를 했던 이명기의 새 둥지다.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 준비를 충실하게 했음은 모두가 인정한다. 이명기도 지난해 경험이 좋은 공부가 됐다고 말한다. 이명기는 오프시즌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면서 “시즌은 긴데 지난해에는 초반에 안 되는 것에만 집착했던 것 같다. 올해는 그런 면을 고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이명기에게 좋은 분위기 전환의 요소가 생겼다. 혹독한 시행착오를 거친 이명기가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