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완벽 커맨드, 선발 사수 '청신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08 07: 34

류현진(30·LA 다저스)의 2017년 첫 등판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제구와 커맨드의 건재는 확인했다. 역시 류현진의 가장 큰 무기였다.
류현진은 8일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올 시즌 첫 등판을 가져 4⅔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77개. 첫 등판이라 애당초 80개 정도의 투구수가 예정되어 있어 5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이었다.
클레이튼 커쇼, 마에다 겐타, 리치 힐에 이어 다저스 팀 내에서는 네 번째로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확정지은 류현진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류현진보다 한 발 늦게 결정된 브랜든 매카시가 4번째로, 류현진이 5번째 순번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마에다(우완)와 힐(좌완)의 순번을 바꾼 이유와 마찬가지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우완과 좌완을 적절히 섞은 로테이션을 원했다.

다만 올해는 4·5선발의 차이가 다소 컸다. 4선발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홈에서 약체 샌디에이고와 상대할 수 있었던 반면, 5선발은 장타력이 있는 콜로라도 타선을 ‘쿠어스필드’에서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는 여건이었다.
쿠어스필드는 해발 약 1마일(1609m)에 위치해 있다. 공기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어 공이 잘 뻗어 나간다. 다른 구장 같았으면 외야 뜬공이 될 것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때문에 투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구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콜로라도는 이런 구장 환경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들로 팀을 구성하는 편이다.
류현진은 통산 쿠어스필드에서는 딱 1경기(2014년 6월 7일)에 나가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기억이 있다. 그러나 표본은 적었다. 반대로 콜로라도를 상대로 한 통산 5번의 등판에서는 3승2패 평균자책점 4.00으로 자신의 통산 평균자책점보다 높았다.
하지만 류현진에게는 역시 칼날 제구와 완벽한 커맨드가 있었다. 이날 류현진은 공격적인 승부가 빛났다. 2회부터는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았다. 패스트볼 구속은 평균 90마일 안팎으로 전성기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제구와 커맨드는 역시 MLB 정상급 투수였다.
이날 투구수 77개 중 52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제구 문제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을 실험하는, 존에 살짝 걸치는 공으로 콜로라도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일부 콜로라도 타자들은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을 정도였다.
커맨드도 좋았다. 3회 이후부터는 체인지업, 커브를 적절히 섞었고 4회부터는 고속 슬라이더로 추가하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전체적으로 원하는 곳에 공은 잘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체인지업의 위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콜로라도 타자들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좀처럼 방망이를 내지 못했다.
류현진의 장점은 구속보다는 제구와 커맨드, 그리고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삼기 위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영리한 머리에 있다. 류현진은 이날 자신의 장점을 과시하며 올 시즌 완벽 재기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컨디션은 점차 더 올라올 것으로 보여 1차 목표인 선발 로테이션 사수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skullboy@osen.co.kr
[사진] 덴버(미 콜로라도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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