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90마일' 류현진, 구속 논란도 지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08 07: 04

류현진(30·LA 다저스)은 스스로 “구속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투수는 아니다”고 정의한다. 왼손이기는 하지만 류현진을 메이저리그(MLB)에서 ‘강속구 투수’로 정의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구속 1~2마일(1.6㎞~3.22㎞) 차이가 경기 내용에 적잖은 영향을 준 사례는 많았다. 최고 구속이 95마일(153㎞)까지 찍히는 날은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남부럽지 않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그러나 90마일 초반으로 떨어지는 날은 다소 고전한 것도 사실이다. 정교한 제구력을 가지고 있는 류현진이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속은 받쳐줘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8일(이하 한국시간) 첫 등판은 구속에도 관심이 모였다. 류현진은 8일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2017년 정규시즌 첫 등판을 가졌다. 어깨 통증에서 탈출한 류현진은 스프링 트레이닝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57,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0.79라는 빼어난 내용을 자랑한 끝에 팀의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승리했다. 다만 관심을 모은 구속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었다.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에서는 거의 대다수의 팀들이 공식적인 스피드건을 가동하지 않는다. 방송 중계도 마찬가지다. 류현진의 구속을 실시간으로 알기는 어려웠다. 다만 스카우트 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로는 최고 92마일(148㎞), 그리고 평균 80마일 중·후반대였다. 2013년과 2014년 스프링 트레이닝을 생각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다만 정규시즌에는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는데 이날 어느 정도 답이 나왔다.
류현진은 이날 등판에서 대부분 90마일 초반대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최고 구속은 1회 2사 2,3루 레이놀즈 타석에서 기록한 2구째 93마일(150㎞)이었다. 다만 그 이상은 나오지 않았고 대부분 89~91마일 사이에서 일관성을 유지했다.
1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1마일, 2회에는 89.6마일, 3회에는 90.3마일이었다. 4회에는 오히려 90.5마일로 조금 올랐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5회에는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89.3마일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87~88마일로 떨어지지도 않고 꾸준한 숫자를 찍었다. 이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첫 등판임을 고려해 아직 몸 상태가 100%까지는 아닌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날 전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9.96마일로 약 90마일(145km)이었다. MLB의 경기분석프로그램에 따르면 류현진의 2013년 포심 평균 구속은 90.7마일, 2014년은 90.9마일이었다. 2016년 딱 한 번의 등판에서는 89.8마일을 기록했다. 이날 구속은 전성기와 2016년 중간쯤에 있었다.
화려한 최고 구속이 없었을 뿐, 첫 등판임을 고려하면 구속은 전체적으로 좋은 출발이었다. 여기에 여전히 좋은 제구와 커맨드, 그리고 카운트 싸움까지 류현진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 정도 구속 저하가 끝까지 간다고 해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 충분한 대목이었다. 류현진 스스로도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구속은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만큼 이제 괴물의 완벽 재기가 눈앞에 있는 듯 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덴버(미 콜로라도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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