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 이준호 “'김과장' 악역에 CF 날라가더라.."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7.04.13 15: 23

신인 배우인 줄 알았더니 2PM 준호였다.
KBS 2TV ‘김과장’에서 냉혈한 서율으로 분한 이준호의 연기에 대한 흔한 평이다. 이준호는 ‘김과장’을 통해 브라운관에 보기 드문 신선한 마스크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연기로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도 벌써 연기 4년차의 어엿한 배우다. 영화로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안녕’을 통해 연기에 첫 도전한 것을 계기로 ‘감시자들’, ‘스물’, ‘협녀, 칼의 기억’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으며, 브라운관에는 지난해 방영된 tvN ‘기억’으로 데뷔했다.

“연기를 시작한지 4년째인데, 신인 입장에서 거의 1년에 한 작품씩 했던 것 같아요. 고민이 많이 있었는데 시간이 날 때 좋은 작품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할 찰나에 ‘김과장’ 책(시나리오)을 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2회까지 밖에 안 나와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서율이 악역이라고 들어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극중 이준호는 선배인 남궁민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다 끈끈한 브로맨스를 나누는 관계를 그렸는데, 두 사람은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장면이나 대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가까워졌다는 후문. 특히 이준호는 ‘뽀뽀를 얼마나 했는데’라며 연말 시상식의 베스트 커플상까지 노린다고 말했다.
“민이 형은 제가 하는 연기에 대해 조언을 하신다기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건 어떤 지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항상 ‘이건 나만의 생각이고, 네가 아닌 건 아니야’라고 하셔서 선배님 말씀이 맞겠다고 하면 그 상황에 녹여서 작업했고,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으면 제 생각대로 햇어요. 친한 형처럼 옆에서 도와주셨기 때문에 뭔가 틀에 갇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리멤버’의 ‘남규만’이라는 거대한 악인의 존재감에 묻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쨌든 서율과 남규만이 달라서 다행이었죠.”
특히 그가 연기한 서율은 악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매력으로 지금까지 전무했던 캐릭터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서율이 가진 탐욕을 나타내는 맛깔 나는 먹방으로 ‘먹보’와 ‘소시오패스’를 합친 ‘먹소’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감독님이랑 얘기를 나누며 이 캐릭터를 만들 때 처음 설정이 당뇨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씀을 드렸어요. 대본에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 장면도 있었어요. 악인이지만 마냥 밉지 않은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끝까지 빼는 게 어떻겠냐고 하면서 먹는 걸 최대한 맛있게 먹겠다고 했어요. '먹소'가 당뇨로 인해 생겼다는 걸 알면 좀 그럴 수 있는데, 어쨌든 캐릭터를 하나의 아이콘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CF도 들어왔었는데 조상무님(서정연 분)을 겁박하고 나서 날아갔다고 들었어요. ‘악역은 CF가 힘들구나’라고 느꼈죠.”
이준호는 이와 같은 서율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반복해야했다. 단순히 맛있게 먹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부터 선과 악을 오가는 서율의 양면성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내야했기 때문.
“그냥 저는 캐릭터에 최대한 빙의하려고 해요. 어쨌든 캐릭터 연구가 굉장히 중요해서 이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공부하는 편이에요. 제가 내공이 많은 편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캐릭터가 녹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집 밖에도 안 나왔어요. 서율이 잘났지만 고독함을 가진 것처럼 주변에 사람이 없고 자기 혼자 독선적으로 사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거에 맞춰보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벌써 연기 도전 4년차인 이준호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연기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배우에게 연기 레슨이 필수인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배움 없이도 영화와 공중파 드라마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연기 레슨 같은 경우도 아직은 안 받고 있는 편이이에요. 레슨보다는 현장에서 감독님들, 다른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나가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연기 레슨을 받는 친구들은 이 배역에 대해 어떻게 풀어나갈지 의견을 주고받는 식인 것 같던데, 저는 레슨을 받은 시간도 부족했어요. 오히려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이야기하면서 구축해나가는 것도 참 재밌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집에서 혼자 연기를 해간다고 해도 현장에서 바뀌는 게 부지기수기 때문에 빨리 습득을 하려고 했죠.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참고는 안 했던 거 같아요. 그게 예의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누가 될 수 있잖아요. 제가 제 것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이 있었죠.”
특히 ‘다 된 드라마에 아이돌 뿌리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돌의 연기에 민감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낸 것만으로도 이준호의 도전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 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밝힌 이준호는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도전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아이돌도 연기를 잘 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잘 한다는 건 아니고, 제가 칭찬을 받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아이돌이라는 특성 때문인 것 같아요. 아이돌인데 생각보다 잘 한다는 건지, 배우로서 잘 한다는 건지 잘 구분하면서 받아들여야죠. 아이돌이라 칭찬에 후한 부분도 있고, 반대로 인색한 부분도 있잖아요. 제가 내린 결론은 뭐가 됐든 잘하면 되는 거죠. 그거에 대해 딱히 반감은 없어요. 개인적으로 제 자신이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스펙트럼을 넓힌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앞으로 어떤 배역이든 해보고 싶어요. 지금의 귀여운 악인에서 조금 더 나가는 악인의 모습을 꿈꿀 수도 있고, 이 기회를 틈타서 재밌는 코미디 느낌의 장르로 가보고 싶기도 해요.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많아졌어요.”
/ jsy90110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