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그렇게 싸우시는지…".
한화의 한 선수가 말끝을 잇지 못하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과 구단의 갈등이 시즌 개막 이후에도 끊임없이 계속되자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감독과 구단 파워게임에 1~2군이 단절됐고, 선수들만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
우려했던 일이 하나둘씩 벌어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 5일 김원석이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는 이용규의 공백을 기대이상으로 메우던 김원석마저 이탈했지만 한화는 2군에서 외야수를 수혈하지 않았다.
한화 구단이 2군 선수들의 훈련 목적 1군 합류를 불허한 것이 김 감독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김 감독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짜증난다. 선수 하나 올리고 내리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게 됐다"며 "2군 기록은 투수 수준이 낮아 정확하지 않다. 선수는 직접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조금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두산과 잠실 개막 시리즈 마지막 날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던 정현석·이성열·양성우의 상태를 직접 체크하려 했다. 김 감독은 "양성우가 어떻게 치고 있는지 보고 싶었다. 포인트가 앞에 와있으면 1군에 부르려 했다. (종아리 부상인) 김경언도 지금 어느 정도 됐는지 보고 싶었는데 답답하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김 감독 라인이 아닌 2군 코칭스태프와 소통도 단절됐다. 2군 경기 기록과 영상, 코치진 소견이 보고되고 있지만, 김 감독은 "기록은 좋아도 영상을 보면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며 불신하고 있다. 구단도 김 감독의 닫힌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어쩔 줄 모른다. 감독과 대립 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구단은 부담스런 일이다.
문제는 엉뚱하게도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파워게임만 아니었다면 벌써 1군에 올라왔을 선수들이 지금도 2군에 머물러있다. 그것도 기약없는 기다림이다. 한화의 한 선수는 "한 번 2군에 내려가면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할 것이란 걸 선수들도 느끼고 있다"며 걱정했다.
사실 선수들은 팀도 중요하지만 각자 자신의 야구를 하기 바쁜 존재다. 스프링캠프에서 이미 갈등이 불거졌을 때만 하더라도 한화 선수들은 별다른 동요를 하지 않았다. 각자 자기 할 것에 집중하면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즌이 개막된 지금은 다르다. 선수 개개인에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시즌 개막 출발이 좋은 한화이지만 종착역이 안 보이는 파워게임에 위태로운 분위기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