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4호 5개 구장 우천 연기' 구단별 손익 계산서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06 10: 00

KBO리그가 개막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강제 휴식'을 가졌다. 간만에 내린 봄비는 겨우내 야구에 지친 팬들의 5일 저녁을 무료하게 만들었다. 전 구장 우천 연기. 10개 구단의 손익 계산서는 어떨까?
2015시즌 kt의 합류 이후 10개 구단 체제에서 전 구장 우천 연기가 나온 적은 이번이 네 번째. 2015시즌 6월 30일과 7월 12일 두 차례와 2016시즌 4월 16일에 전 구장 우천 연기가 있었다.
고감도 타격감으로 연승을 이어가던 팀들은 봄비가 야속하다. 반면 아직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팀들에게는 5일 내린 비가 단비처럼 느껴질 것이다.

# 두 가지 순리의 충돌
선발투수 예고부터 다른 풍속도가 펼쳐졌다. 다섯 개 팀은 5일 경기에 예정됐던 선발투수를 6일에도 낸다. 삼성은 최충연을 재크 페트릭으로, LG는 임찬규에서 헨리 소사로, 한화는 이태양에서 알렉시 오간도로, SK는 김주한을 메릴 켈리로, 롯데는 노경은을 브룩스 레일리로 바꿨다. 이 다섯 개 팀은 5선발을 대신해 에이스를 내세운다.
반면 5선발 자원을 그대로 내는 팀도 있다. 넥센은 오주원, 두산은 함덕주, kt는 고영표, NC는 에릭 해커, KIA는 임기영을 그대로 예고했다.
이 선택에는 각기 다른 두 개의 '순리'가 작용한다. 개막전에 나섰던 투수들이 5일 휴식 후 등판한다면 6일 등판이 맞다. 선발투수를 바꾼 팀들은 이들을 배려한 포석을 던진 셈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켈리는 중요한 투수다. 6일이 원래 등판일이다. 앞으로도 등판간격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선발의 일정에 맞추면 5선발 투수의 리듬이 깨진다. 로테이션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5선발로 내정된 투수들은 개막 후 열흘 가까이 등판 기회를 못 잡게 된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우리는 그대로 오주원을 내보낸다. 1선발 앤디 밴헤켄을 쓰면 승리 확률이 올라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시즌을 길게 본다면 하루 휴식을 더 주는 것도 괜찮다"라고 밝혔다. 선발투수를 소사로 바꾼 양상문 LG 감독도 5선발 임찬규의 컨디션을 걱정했다.
# 봄비, 나를 웃게하는 봄비 
선발투수와 별개로 봄비를 반기는 팀들이 있다. '유이'한 무승팀 SK와 넥센이다. 5일, 수염을 밀고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 나타난 힐만 감독은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선수들이 하루 더 쉬게 됐다. 조금 편안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SK는 개막 4경기서 단 4득점으로 리그 전체 꼴찌다. 팀 타율도 1할8푼9리로 최저. 도무지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타자들이 휴식일로 마음을 추스르길 바란다는 메시지다.
장정석 감독의 선택 역시 마찬가지다. 넥센은 밴헤켄을 6일 경기에 내보내지 않으면서 두산과 3연전에 밴헤켄-션 오설리반-신재영으로 꾸려진 1~3선발을 총가동할 수 있다.
1승 뒤 3연패에 빠진 NC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NC는 '에이스' 제프 맨쉽이 등판한 개막전서 롯데에 6-5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이후 이재학-구창모-최금강이 차례로 등판해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토종 선발들의 부진에다 테이블세터의 부진까지 겹쳤다. 4일 경기까지 NC 테이블세터는 타율 9푼1리(33타수 3안타)에 허덕였다. '리드오프' 박민우의 부재가 뼈저린 상황. 김경문 NC 감독은 "우리는 베스트 전력이 아니다. 분위기가 안 좋을 때는 비가 고맙다"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5일 예보를 미리 살펴본 뒤 4일 경기 마운드 운용법을 다르게 가져갔다. 박정진은 4일 경기서 2이닝 32구를 던졌다. 김성근 감독은 "100% 우천 순연을 예상했다"라며 투수 운용을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 듯, 지난 시즌 초반인 4월 16일, 역시 전 구장 우천 연기가 있었다. 당시 선두 두산은 4연승, 2위 SK는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흐름이 끊길 법한 상황. 반면 4연패에 빠졌던 10위 한화는 봄비로 분위기 전환을 바랐다. 하지만 다음 경기서 두산과 SK는 승리를 따내 연승을 늘렸고 한화는 한 차례 더 졌다.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
결국 5일 내린 비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6일 경기 성적에 달려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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