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물음표다. 하지만 기록과는 별개로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27)의 모습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KBO리그 무대를 밟은 번즈의 현재 타격 성적은 신통치 않다. 표본이 4경기에 불과하지만 타율 0.133(15타수 2안타) 2타점 1도루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번즈의 영입 목적이 타선 강화보다는 수비 안정에 치우쳐 있긴 하지만 외국인 선수라는 기대치에 비해서는 썩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그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다채로운 리액션은 흥미롭다. 현재 번즈가 기록한 2안타 모두 적시타로 연결됐다. 번즈는 안타 이후 재기발랄한 몸동작, 세레머니라고 불릴 수 있는 동작을 하곤 했다. 지난 4일 사직 넥센전 적시타를 때려낸 뒤에도 세레머니를 펼쳤다. 또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에는 과격한 몸동작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조원우 감독은 “번즈가 착하고 적응도 잘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승부욕이 좀 강한 편이다. 그것이 그라운드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번즈 스스로도 그라운드에서의 감정 표현을 드러내는 편이라고 밝혔다. 번즈는 “주로 내 감정을 보여주는 편이긴 하다. 내가 보여주는 활발한 에너지가 팀에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그런 방향으로 표출을 하고 있다. 승부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번즈가 경솔하게 자신을 드러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야구를 대하는 자세는 진지하다. 매 경기, 매 타석이 끝나고 덕아웃에서는 자신이 경기 중 느꼈던 부분을 노트에 필기하곤 한다. 번즈는 “처음 만나는 투수들이 대부분이라서 그 투수들에 대한 특징과 그 타석에 대한 느낌을 노트에 적고 있다”면서 “수비 포지셔닝이나 주루 습관 등도 필기 대상이다. 다음에 만났을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부진한 타격도 본인의 생각은 아직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타격에서는 아직 이르다. 다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계획대로 하면 될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타격적인 부분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아도 대신 롯데가 당초 기대했던 수비와 주루 부분에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번즈가 2루수에 자리를 잡은 뒤 2루 쪽으로 향하는 타구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번즈는 “수비를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투수들도 더욱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해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주루 플레이에서도 “주루는 내가 잘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대호가 중심에 있기 때문에 나는 출루를 해서 득점을 하는 것이 목표다”고 덧붙였다.
번즈의 넘치는 에너지가 사직구장의 열광적인 분위기와 만나 일어나는 효과도 기대해봄 직한 부분이다. 번즈는 홈 개막전에 찾아온 팬들을 보며 “대단했다. 관중들 때문에 좋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NC와의 개막 3연전 때도 굉장한 분위기 였다”고 답했다.
번즈의 말처럼 아직 시즌 초반이다. 공격력에 대한 의문을 지우기에는 적은 시간이다. 주위의 우려가 있긴 하지만 번즈에 대한 초반 평가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리고 그의 에너지 넘치는 활약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아직 맛보기에 불과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