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프로야구팬들은 매년 그렇듯 저마다 응원하는 팀이 겨우내 어떤 전력을 꾸렸는지 매 경기를 통해 확인하는 미덕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승패 결과만 봐도 된다. 하지만 진정한 야구팬들이라면 역시 생생한 과정을 즐겨야 한다. 때문에 야구팬들은 대부분 직접 경기장을 찾거나 TV를 시청하려 한다.
문제는 야구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는 '직관'에 나서거나 TV 중계 시간에 딱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대부분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하기 마련이다. 네이버 혹은 다음의 포털사이트를 뒤지거나 인터넷 방송 사이트를 찾는다.
그러나 원하는 중계 영상을 보려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수많은 영상 속에서 경기를 찾아야 한다. 찾았다 하더라도 일정 시간 반드시 광고를 봐야 한다. 경기를 보다 잠시 다른 뉴스를 찾기라도 하면 이런 과정을 처음부터 반복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U+ 프로야구'는 이런 야구팬들의 불편함을 모두 날린 앱이라는 점에서 절로 눈길이 간다. 프로야구팬들이 야구경기를 시청하는데 필요한 기능들로만 꾹꾹 눌러 담겨져 있다. LG유플러스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폐쇄성만 제외하면 "프로야구 시청을 위한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U+ 프로야구는 '광고없이 바로 재생', '내가 응원하는 팀이 우선', '현재 투수 대 타자 전력 비교', '방금 던진 투수의 공 보기', '득점 장면 콕 찍어 다시보기', '5개 전 경기를 한 번에'라는 6가지 핵심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 이런 기능들 때문인지 U+ 프로야구 앱은 개막 3연전 동안 벌써 10만 다운로드가 돌파됐다.
프로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반할 'U+ 프로야구'는 엄주식 LG유플러스 FC부문 미디어플랫폼 서비스 사업부 모바일비디오 서비스담당 서비스팀 부장의 지휘 속에 기획된 작품이다. 지난 3일 LG유플러스 본사에서 엄 부장과 만나 'U+ 프로야구' 탄생 비화를 들어봤다. 다음은 엄주식 부장과의 일문일답.
-U+ 프로야구는 몇 년 전까지 프로야구를 취재했던 기자로서 실로 엄청난 앱인 것 같다. 광고 없이 프로야구 중계 영상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야구팬이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앱을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다. U+ 프로야구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서비스를 진행하던 프로야구 앱의 업데이트 시기가 맞물리면서 기획됐다. 작년 10월 새로운 프로야구앱을 만들기 위한 TF(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고객조사, 어떤 기능이 포함돼야 하는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조언을 구했다. 또 미국 MLB닷컴, 일본 스포츠나비 등 해외 스포츠 사이트들의 벤치마킹 등 FGI(집단심층면접)를 통해 만들어졌다.
-그런 조사를 통해 나온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나.
▲프로야구를 보는 고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광고였다. 원하는 동영상을 보기 위해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동영상에 거부감이 컸다. 또 자신이 응원하는 팀 위주로 정보를 보여주고 경기도 보고 싶다는 의견도 많았다. 조금 늦게 접속할 경우는 앞서 득점 과정을 보고 싶은데 네이버 등에서 VOD를 찾으려면 시간이 한참 걸리는 만큼 바로 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이런 핵심들을 종합한 것이 바로 6대 혁신 기능이다.
허구연 해설위원께서 '이것저것 다 다루려고 하지 말고 프로야구 중계를 위한 앱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라'는 자문을 해주셨다. 결국 프로야구앱은 팬덤 서비스다. 자기가 좋아하는 응원팀 위주로 구성이 돼야 한다. 또 해외 사이트가 경기를 잘 볼 수 있도록 주요 컬러를 사용하는 등의 UI 구성이 잘돼 있다는 것을 참고했다.
-TF팀 구성은 어떻게 되나. 야구팬들인가.
▲나를 포함해 총 11명이 작년 10월 28일 처음 구성됐다. 기획자, UX 디자인팀, 앱 개발자, 서버 개발자 등 앱의 시작과 서비스 제공까지의 과정에 필요인력이 모두 모였다. 프로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많은 토론들이 있었다.
팬층도 다양하다. 나는 LG트윈스팬이다. 10년전까지만 해도 다른 팀을 응원했지만 LG유플러스 입사 후 점점 LG트윈스가 좋아졌다. TF팀에는 다른 팀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 팀 얘기를 할 때면 가끔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그런 것이 앱 개발에 도움이 됐다.
-앱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2월말까지 개발이 끝났지만 3월 한달 동안 계속 내부 테스트와 안정화 작업에 매달렸다. 시범경기 때 론칭하려고 했다. 하지만 좀더 완벽한 앱을 내놓겠다는 이런저런 기능을 계속 추가하다보니 늦게 나온 감이 있다. 3월 14일부터 26일까지 검증에 나섰다. 무엇보다 기록을 실시간으로 제공받는 스포츠투아이로부터의 데이터 튜닝 작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앱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떤 게 있나.
▲제작기간은 5개월이 걸렸다. 일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사시간이 짧았고 각 기능을 기획하고 앱을 개발하고 심의까지 굉장히 빡빡했다. 어느 것 하나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힘들었다.
-프로야구앱이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그런데 오히려 앱을 강화했다. 이유가 있나.
▲2년전 타사의 프로야구, 스포츠 앱이 서비스를 그만두면서 야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앱은 우리만 남게 됐다. 우리마저 사라지면 프로야구앱은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실제 없애는 것도 검토했다. 하지만 우리라도 프로야구팬들을 위한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들었다.
또 1등 서비스를 지향하는 LG유플러스에 반드시 필요한 앱이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의 데이터 요금제는 사실상 혜택이 비슷하다. 그런 측면에서 프로야구 앱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추가적인 가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LG유플러스에 좋은 프로야구 앱이 있다면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마침 그동안 서비스 하던 프로야구앱이 대부분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 앱만 남게 된 것도 한 이유다. 우리라도 프로야구팬들을 위해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광고가 없어 수익이 나오지 않을텐데.
▲이 서비스만으로 수익을 내거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LG유플러스의 이미지를 재고하고 1등 서비스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작년 야구팬들이 840만명 가까이 됐고 올해는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욱 상무님의 말씀처럼 야구팬들에게 선물을 한다는 개념이다.(LG유플러스 미디어플랫폼서비스사업부장 박종욱 상무는 론칭 행사에서 U+ 프로야구는 유플러스 회원을 위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수익구조가 없어 오히려 더 부담되지 않았나.
▲U+ 프로야구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 기획한 것이 아니다. 고객, 전문가, 벤치마킹까지 다양하게 진행했고 보고 체계에 있는 분들이 대부분 프로야구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안된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보완점을 더 많이 알려줘 오히려 더 힘이 됐다. 전체적으로 의사결정도 잘 이뤄져 부담은 크지 않았다.
-네이버를 공개적으로 경쟁상대로 삼았다.
▲데이터 조사를 해보니 70% 이상이 네이버를 통해서 야구를 보더라. 그만큼 네이버의 구조에 익숙해져 있다는 소리다. 또 네이버는 야구라는 인식도 강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오히려 우리 앱도 잘 만들어서 알리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네이버는 많은 스포츠를 다루다보니 자주 접하면서 익숙해진 것이다.
-네이버와 비교해 장점이 뭔가.
▲시청자 편의 기능이나 광고 등에서는 오히려 U+ 프로야구가 네이버를 앞설 수 있다고 본다. 네이버는 기록을 나열한 정도다. 그렇지만 U+ 프로야구는 실시간 데이터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광고없이 바로 경기를 볼 수 있고 응원팀 위주로 돼 있는 등 편하게 볼 수 있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과 경기가 치러지는 도중은 U+ 프로야구가 분명 낫다. 하지만 경기 후 콘텐츠는 단기간에 따라갈 수 없다. 추후 네이버를 앞설 수 있도록 콘텐츠 확보와 커뮤니티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추후 시즌 중 뿐 아니라 비시즌에도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 아쉽거나 추후 보강할 기능이 있다면. 경기장 입장권과 연계하거나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 등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경기 중 사용자들이 서로 채팅을 하거나 응원하고 토론하는 공간이 부족하다. 짧은 기간 오픈하려다보니 커뮤니티 기능을 넣지 못했다. 추후 경기장 입장권이나 NFC 등의 기능은 일부 검토했다. 인터파크 등과 논의를 했었는데 기간이 짧았다. 우선 순위를 정해 추후 업데이트 여부를 고려하겠다. 앱을 꺼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기능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에는 좀더 특화된 동영상을 계획하고 있다. 하루종일 특정 선수만 따라다니거나 응원단만 찍거나 프리미엄석에서 관람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등의 콘텐츠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구단, 방송, KBO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업데이트 주기는 어떻게 되나
▲소규모 업데이트는 한달이나 두달을 기본으로 하고 꼭 필요할 때는 바로 할 생각이다. 대규모 업데이트는 일정을 고려해봐야 한다. 현재는 6월말에 나올 iOS 앱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포함한 야구관련 뉴스도 담으려고 생각 중이다. 당장은 '야덕일지'가 들어올 것이다. 콘텐츠를 계속 발굴해 추가할 예정이다.
-타통신사 이용자에게 공개할 계획은 없나.
▲언제 풀지 내부적으로 잡힌 건 없다. 추세를 지켜 본 후 반응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다.(박종욱 상무는 "추후 분위기를 봐서 SK텔레콤이나 KT 통신사 이용 야구팬들의 요구가 있을 경우 공개 전환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프로야구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U+ 프로야구 앱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아직 모른다. 대대적인 이벤트도 없었다. 하지만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이 많다. 야구를 많이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야구팬들이 많이 이용하고 만족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 버전도 힘을 내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부탁드린다. /letmeout@osen.co.kr
[사진] U+ 프로야구 앱을 만든 TF팀 리더 엄주식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