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송승준, “1군에서 뛴다는 게 행복해”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4.06 06: 05

“1군에서 뛰는 게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투수 송승준(37)의 지난 시즌은 지옥과도 같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4년 40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롯데에 잔류했다. 지난해 시즌 시작만 해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시즌을 맞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송승준은 햄스트링 통증, 옆구리 부상, 팔꿈치 부상 등에 신음했다.
지난해 10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8.71의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금강불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언제나 건강함을 과시했고,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가장 적은 경기에 나선 시즌이었고, 시즌 후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거액의 FA 계약을 맺은만큼 팬들의 비난 강도도 높았다. 하지만 송승준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10월 말 수술을 받고 실전 복귀까지는 5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송승준은 경이적인 회복속도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실전 투구에 나섰다. 결국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개막전 엔트리에 진입했다.
하지만 1군 개막 엔트리에서 송승준의 자리는 앞선 시즌들과는 달랐다. 선발 로테이션이 아닌 불펜 투수가 송승준의 자리였다. 지난 2일 마산 NC에서는 선발 박진형과 배장호에 이어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송승준은 이날 프로 통산 첫 홀드를 기록했다. 그는 “아무런 느낌 없다”면서 홀드 기록에 대해선 개의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당분간 송승준의 보직은 롱릴리프다. 지난 2일 경기처럼 선발이 조기에 강판됐을 때 긴 이닝을 버티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송승준은 “오랜만에 1군에서 공을 던졌는데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일단 아프지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면서 “처음에 나갔을 때는 얼떨떨했는데, 빨리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불펜 투수로 나섰던 지난 2일 경기를 회상했다.
아무래도 지난해의 부진과 부상이 신경 쓰였던 송승준이다. 지난해 마지막 등판일도 정확하게 기억했다. 지난해 7월29일 수원 kt전 선발 등판해 2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 당했다. 그는 “지난해 7월29일 이후 처음으로 1군 마운드에 섰는데,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아픈 상태에서 등판 강행을 했던 과거의 고집도 버렸다. 그는 “지난해 아픈 것을 참고 경기에 나섰을 때의 경험이 컸다. 지난해 결과가 좋지 않으니 뒷감당이 되지 않았다. 팀에 도움이 안 된 부분이 많았다”고 되돌아봤다.
“1군에서 뛰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한 송승준이다. 보직이 익숙했던 선발 투수가 아니지만, 1군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는 “지금은 선발 투수 그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보직은 감독님께서 결정해주시는 것이다”고 말했다.
오로지 아프지 않고 시즌을 소화해 팀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송승준이 밝힌 목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 말을 반복했다. 그만큼 송승준의 목표는 분명했다. 그는 “아프지 않고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롱릴리프가 지금은 내 역할이고 배우는 것도 많은 것 같다”면서 “점수를 주지 않고 필승조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가 이제는 내 역할이다”며 힘줘 말했다.
건강을 되찾은 송승준은 과거의 영광을 모두 내려놓았다. 이제 ‘백의종군’의 자세로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각오 하나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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