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음악방송, 결국 ‘순위제’가 답일까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7.04.05 15: 59

야심차게 순위제를 폐지,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하겠다고 나섰던 MBC ‘쇼! 음악중심’이 결국에는 다시 ‘순위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회귀했다. 순위 발표 대신 ‘금주의 HOT3’ 를 선정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해온지 약 1년 반 만이다.
이 같은 결정에 “아쉽다”는 반응도 있지만, 그간 ‘금주의 HOT3’를 발표하는 것이 순위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개편하겠다는 처음 취지는 좋았으나, 결국에는 아이돌 가수들이 즐비한 여느 음악방송과 다를 바 없었다는 지적이다.
5일 OSEN의 단독보도로 MBC ‘쇼! 음악중심’이 순위제를 부활시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는 22일 방송부터 도입하겠다는 입장. 이와 함께 다양한 무대 구성을 우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 중이라는 전언이다.

그간 ‘음악중심’은 순위제를 폐지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담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다. ‘컴백 스테이지’와 ‘핫 데뷔 스테이지’, ‘사운드 홀릭’, ‘핫 스테이지’ 등의 코너를 마련해 차별화를 꾀한 것. 네이버 V앱에 개설한 채널을 통해 ‘5분 딜레이’ 콘텐츠를 마련한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코너 속의 무대들이 좀처럼 다른 음악방송과 차별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결국에는 같은 포맷을 취하게 됐다. 마지막에 발표되는 1위 가수가 ‘금주의 HOT3’로 대체됐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앞서 내세웠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했다는 것. 개편 당시 아이돌을 비롯한 다양한 가수와 음악인들이 무대에 서고, 여러 장르의 음악들이 소개될 것을 기대했지만,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순위제’를 도입케 된 것이다.
인기에 따라 순위가 정해지는 순위제를 도입할 경우 차트가 ‘아이돌판’이 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음악방송이 순위제를 도입하고, 아이돌팀을 위주로 무대를 꾸밀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이미 시청층이 갈라져버린 탓이 크다. ‘음악중심’은 물론 KBS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Mnet ‘엠카운트다운’ 등의 주 시청자는 아이돌 팬층이 두터운 10대와 20대로 굳어졌다. 이에 이들의 입맛에 맞춘 팀들이 출연을 하게 됐고, 다른 장르의 팀들은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바. “설 무대가 없다”고 토로하는 기성 가수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다.
또한 ‘순위제’라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내는 ‘재미’를 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실시간 문자투표 등 팬덤 경쟁 구도를 가져가는 이 같은 방식은 팬으로 활동하는 시청자들을 모으기 용이하며, 순위를 선정함에 따라 일종의 화제성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모든 음악방송이 순위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일 테다.
일부 세대가 아닌 대중을 아우르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고, 실력 있는 가수들을 조명해 기회를 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음악방송은 탄생하기 어려운 것일까. 제작진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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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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