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배영수를 끝났다고 했는가.
'현역 최다승 투수' 한화 배영수(36)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무려 604일 만에 감격의 승리투수가 되며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배영수는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와 홈 개막전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위력을 떨쳤다. 한화의 6-0 완승과 함께 배영수는 승리투수가 됐다. 604일 만에 맛보는 승리투수였다.
가장 최근 배영수의 승리는 지난 2015년 8월9일 대전 롯데전. 그해 시즌 4승째였다. 시즌을 마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배영수는 재활을 마친 후에도 좀처럼 구위가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해 1군 등판 기록이 아예 없었고, '배영수는 한 물 갔다'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하지만 배영수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지난해 가을 미야자키 교육리그부터 마무리캠프까지 모두 다 소화했다. 1년 휴식을 통해 몸 상태가 차츰 회복됐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안정감 있는 투구로 부활을 예고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확정했고, 이날 549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1회 시작부터 깔끔했다. 김성욱을 바깥쪽 낮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 잡았다. 구속은 136km였지만, 워낙 낮게 깔린 공에 김성욱의 배트가 헛돌았다. 2회에는 모창민에게 몸쪽 141km 직구로 루킹 삼진 잡았다. 계속된 2회 2사 만루에선 김태군을 3루 땅볼 유도하며 위기관능력을 뽐냈다.
3~4회에는 삼진 하나 없이 모두 범타 요리. 5회 선두 조평호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무사 2루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손시헌을 몸쪽 낮게, 깊게 들어간 140km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하주석의 포구 실책으로 이어진 2사 1·3루 위기에선 김성욱을 바깥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6회에도 재비어 스크럭스를 바깥쪽으로 짧게 꺾이는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잡으며 위력을 떨쳤다. 6회까지 투구수는 93개로 적절했다. 최고 구속은 141km로 빠른 편이 아니었지만, 직구(42개) 외에 슬라이더(32개) 체인지업(19개)을 적극 활용했다. 좌우 코너워크가 완벽하게 이뤄져 NC 타자들이 맥을 못 췄다.
김성근 감독은 캠프 때부터 "올해 배영수는 분명히 써먹을 수 있다. 올해 재미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그 기대대로 시즌 첫 경기부터 흠잡을 데 없는 투구로 위력투를 선보였다. 최근 몇 년 사이 겨울만 되면 흘러나왔던 배영수의 부활, 올해는 진짜다. /waw@osen.co.kr
▲ 배영수 투구분석표
- 투구수 93개(S60-B33)
- 직구 42개(138~141km)
- 슬라이더 32개(126~132km)
- 체인지업 19개(119~127km)
- 5삼진 7땅볼 6뜬공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