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까지 잡는다' KBO 비디오판독 센터 공개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04 15: 24

심판 합의판정이 사라졌다. 그 대신 비디오판독이 오심 줄이기에 나선다. KBO는 신설된 비디오판독으로 승부조작까지 뿌리뽑겠다는 각오다.
KBO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서울 상암동 트루텍빌딩 4층에 비디오판독센터를 설립했다. 이제 애매한 상황에 대해 이의 제기가 들어올 경우 '비디오판독'이 실시된다. 지난 2014시즌 중반 도입된 '심판 합의판정'은 이제 사라지게 됐다.
비디오판독 신청이 접수되면 심판들은 경기장 한켠으로 이동해 인터컴을 착용한다. 그 사이 비디오판독센터에서는 판독 대상을 면밀히 돌려본 뒤 판독 결과를 전해준다.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던 비디오판독이 KBO에도 도입된 것.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심판실로 부랴부랴 뛰어가던 심판들 대신 인터컴을 착용하며 판독 결과를 기다리는 심판들을 마주하게 된다.
▲ 개막 3연전부터 줄어든 판독 시간
KBO는 비디오판독센터 설립을 위해 약 30억 원을 투자했으며 매년 인건비 및 운영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KBO가 비디오판독센터를 설립한 이유는 ▲ 다양한 화면을 활용한 판독 공정성 확보, 경기 스피드업을 위한 판독 신속성 증가, 부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 감시 강화 등 크게 세 가지다. 판정대상은 ▲ 홈런 ▲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 야수의 포구(파울팁 포함) ▲ 몸에 맞는 공 ▲ 타자의 파울/헛스윙(타구가 타석에서 타자의 몸에 맞는 경우 포함) ▲ 홈플레이트에서의 충돌 등 7가지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신청 기회 역시 지난해와 똑같이 2회.
위 7가지 사항에 대해 신청이 들어올 경우 심판들은 인터컴을 착용한다. 그 사이 비디오판독센터에 위치한 판독관 세 명은 상황을 꼼꼼이 돌려본 뒤 판정을 내린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판독관들도 현장 심판들과 마찬가지로 화장실도 못 가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판독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도 애매한 상황은 미리 보고 있기 때문에 훨씬 빠른 판독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KBO는 비디오판독을 위해 각 구장마다 세 대의 카메라를 설치했다. 1루를 찍는 카메라가 두 대, 2루를 찍는 카메라가 한 대다. 이 카메라들은 7대의 방송국 중계카메라와 함께 경기장의 '숨은 1mm'를 찾는다. 설치 위치는 지난 2년간 합의판정을 진행하며 쌓인 표본 때문이다.
합의판정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2015년, 합의판정신청은 총 384회였다. 이 중 1루에서 상황이 173회(45%), 2루 상황이 101회(26%)로 도합 70%를 상회한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 전체 331회 중 1루 상황이 143회(43.3%), 2루 상황이 85회(25.7%)였다. KBO가 1루와 2루에 별도 카메라를 설치한 이유다.
판정을 위해 총 16명의 인원이 새로 투입된다. 비디오판독센터에는 판독관 3명과 판독 엔지니어 3명이 상주한다. 판독관은 김호인 전 심판위원장이 상주하며 현역 1군 심판 2명이 번갈아가며 투입된다. 각 구장당 판독요원 1명, 보조요원 1명 등 2명이 배치된다. 이들은 중계차 신호 연결부터 KBO카메라 및 서버 관리를 담당한다. 정금조 센터장은 "세 명 정도면 5경기를 전부 책임질 수 있다. 여러 구장에서 동시에 합의판정을 신청해도 충분히 체크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성과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주 개막 3연전에서 비디오판독 신청은 총 19차례. 이 중 여덟 번이 번복됐다. 소모 시간은 평균 1분46초. 지난 시즌 합의판정에 소요된 시간은 1분56초다. 아직 초창기임에도 선방한 편. 비디오판독이 자리를 잡는다면 유의미한 감소폭이 보일 수도 있다. 기존 합의판정의 경우 심판진이 심판실에 들어가 중계화면 송출을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간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의미 있다. 
▲ 비디오판독센터로 승부조작까지 잡는다
눈길을 끄는 건 부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비디오판독센터는 단순히 판독에 대한 정심 여부를 결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KBO리그를 멍들게 했던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를 잡아내는 역할도 담당한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센터장은 "승부조작 항목은 여러 개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첫 타자 상대 고의 볼넷이다. 비디오판독센터에서는 1회 첫 타자 상대 볼넷 결과를 전부 누적 저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비디오판독센터는 한 달 이상의 기간을 두고 선수들의 첫 타자 볼넷 여부를 추적할 예정이다. 가령, A선수가 한 달 동안 첫 이닝 볼넷을 5회 이상 줬다면 비디오판독센터에서는 그들의 투구를 면밀히 뜯어본 후 '비정상적 투구' 징후를 잡게 된다. 만일 그러한 징후가 발견된다면 해당 구단과 얘기해 확인 절차를 거칠 방침이다.
정금조 센터장은 "승부조작은 뿌리뽑아야할 대상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선수들의 볼넷 등 데이터가 누적이 안 됐다. 이를 추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며 원활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라며 "비디오판독 센터를 통해 확실히 승부조작을 뿌리부터 잡아내겠다"라는 각오를 드러냈다.
물론 지금의 비디오판독센터가 '완전체'는 아니다. 정금조 센터장은 "메이저리그의 비디오판독이 롤 모델이다. 하지만 아직 운영비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한 건 사실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런 만큼 매 시즌 손질할 예정. 정 센터장은 "현장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한 뒤 보완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ing@osen.co.kr
[사진] 비디오판독센터 내부(위, 아래). 상암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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