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투수 최대어 중 하나인 다르빗슈 유(31·텍사스)가 개막전에서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다르빗슈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5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4피안타는 긍정적이었지만, 5볼넷-2폭투 등 전체적인 제구는 좋지 않은 날이었다. 평균자책점은 5.68이 됐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개막전 선발로 예고됐으나 목과 팔꿈치 부상으로 출전이 좌절됐던 다르빗슈는 이날이 개인 첫 개막전 선발의 중책이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인 클리블랜드가 부담되는 상대이기는 했지만, 다르빗슈의 능력을 생각하면 다소 들쭉날쭉한 투구 내용이었다. 98개 중 5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게 들어가는 패스트볼의 위력은 좋았다. 여기에 예년에 비해서는 투심패스트볼의 구사 비율이 많이 높아졌다. 마지막 순간 살짝 휘는 투심패스트볼은 범타 유도는 물론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며 카운트 싸움이나 결정구로도 위력을 발휘했다.
다르빗슈의 투심패스트볼 비중은 2013년 9.9%, 2014년 12.7%에 이어 지난해에는 18.6%까지 높아졌다. 한때 슬라이더 비중이 40% 가까이에 이를 정도였으나 부상 이후로는 확실히 투심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보통 투심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존에 넣기가 까다로운 구종이지만, 다르빗슈의 투심은 지난해 59.7%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 리그 1위였다. 리그 평균(40%)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인데 이날도 가능성을 엿봤다.
1회에는 1사 후 린도어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브랜틀리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한 것에 이어 엔카나시온도 역시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고 위기를 넘겼다. 브랜틀리는 가운데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에 걸쳤고, 엔카나시온은 패스트볼 제구가 절묘했다.
1-0으로 앞선 3회에는 첫 실점을 기록했다. 1사 후 알몬테와의 승부에서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산타나에게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고, 이후 린도어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동점을 허용했다. 다만 팀 타선은 3회 고메스의 솔로포, 오도어의 3점포로 4점을 보태 다르빗슈에게 확실한 득점 지원을 했다.
4회는 아쉬웠다. 1사 후 엔카나시온에게 안타를 맞았고 이어 호세 라미레스에게 2B 상황에서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투심이 한가운데 몰리며 2점포를 얻어맞았다. 다만 다르빗슈는 흔들리지 않고 나머지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하고 힘을 냈다. 4회까지 투구수는 52개로 경제적인 편이었다.
5-3으로 앞선 5회에도 위기를 맞이했다. 선두 디아스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앤드루스의 실책으로 찜찜하게 주자가 나갔고 3회에도 볼넷을 허용했던 알몬테와의 8구 승부에서 다시 볼넷을 내줘 무사 1,2루에 몰렸다. 제구가 흔들린 다르빗슈는 산타나에게도 볼넷을 내줘 피안타 하나 없이 무사 만루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린도어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다르빗슈가 이를 잡아 홈으로 연결, 1-2-3 병살타로 연결시키며 최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어 브랜틀리는 1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무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6회를 가볍게 정리한 다르빗슈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1사 후 디아스에게 2루타 허용 후 폭투로 1사 3루가 됐고 알몬테의 낫아웃 삼진 때 1점을 더 허용했다. 98개의 공을 던진 다르빗슈는 맷 부시로 교체됐다. 부시가 더 실점하지 않아 다르빗슈의 자책점은 올라가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알링턴=(미 텍사스주),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