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700일의 재능기부”...이민호, ‘DMZ’ 속 천연기념물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7.04.04 10: 48

무려 700일을 재능기부해온 셈이다. 2015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장장 1년 5개월. 촬영기간 전반에 걸쳐 영화, 드라마는 물론 광고, 화보, 해외 일정까지 초 단위로 쪼개지는 빠듯한 스케줄에도 틈틈이 시간을 냈다. 톱스타의 자리에서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MBC 4부작 다큐멘터리 'DMZ, 더 와일드'의 프리젠터를 맡은 배우 이민호의 이야기다.
지난 3일 프롤로그를 방송으로 시작을 알린 이 프로젝트는 반백년이 넘도록 인간의 출입을 허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 DMZ의 야생을 전하는 자연 다큐멘터리. 이민호가 프리젠터로 참여해 제작진과 직접 소통하고 촬영에 함께 하면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테다. 매일 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700일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한 제작진과의 교류가 필요했고, 촬영에 임할 땐 혹한의 날씨 속에서 10시간 동안 강행군을 해야 했다. 촬영지가 위험지대라는 것도 감안해야겠다. 계절 마다 수시로 촬영을 떠났고, 한 번 가면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7박8일 동안 DMZ에 머물면서 때로는 프리젠터로, 때로는 스태프로 활약했다.
그렇다면 이민호는 왜 이 같은 프로젝트에 합류를 결정했을까. 그것도 출연료 없이.
먼저 다큐멘터리에 대한 그의 애정이 이유였다. 자신의 출연을 통해 좋은 콘텐츠의 다큐멘터리가 더욱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또한 자신도 인간의 발길이 60년 동안 닿지 않는 땅인 DMZ에 대한 궁금증이 컸던 터다.
이 같은 호기심은 촬영을 진행하면서 책임감으로 바뀌어갔다. 또한 입대를 앞둔 입장으로서 DMZ로 향한 것이 마냥 마음 가볍지는 않았을 터. 그는 “DMZ 군인들이 많이 어려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고, 1000m에 달하는 산길을 오르며 "우리 장병들은 이 곳을 하루에도 수십차례 오르내린다"고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진정성을 가득 담았다. 괭이갈매기가 주인으로 점령해버린 섬에서 배설물을 맞는 것은 기본, 멧돼지를 관찰하기 위해 꽁꽁 얼어버린 삼각김밥을 주섬주섬 먹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산양을 촬영하기 위해 영하 20도 속에서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았고, 1000m에 육박하는 산길을 오르내리며 촬영에 집중했다. 이런 이민호의 노력 끝에 카메라에 담긴 DMZ의 생태계는 기대 이상이었다.
늘 최고의 자리에서 대접만 받을 것 같은 이민호의 고군분투는 'DMZ 더 와일드' 본편을 더욱 기대케 하는 관전 포인트였다. 제작진이 찍어온 영상을 보고 내레이션만 맡은 것이 아니라, 제작진과 살을 부비며 DMZ에서 함께 생활하고, 동물들과 함께 호흡하는 이민호의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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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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