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26, kt)이 달려졌다. 이제는 제구가 잡히지 않아 타자와 싸움에서 몰리던 정대현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공을 꽂아 넣으며 타자와 싸움에서 쉽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원정경기서 정대현은 프로 무대에서 공을 던진 후 한 손가락을 다툴 정도의 투구를 선보였다. 정대현은 6이닝 동안 21명의 타자를 상대로 5피안타 2탈삼진을 기록했다. 볼넷과 실점은 없었다. 덕분에 kt는 SK를 2-0으로 제압했다.
지난해까지의 정대현과 너무 비교되는 모습이다. 정대현은 제구가 불안정해 볼넷이 많았다. 정대현은 통산 303⅓이닝 동안 173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통산 9이닝당 볼넷 5.13개다. 삼진(9이닝당 5.79개) 만큼 볼넷이 많았다. 당연히 타자와 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 경기에서 잠깐 안정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프로에서 데뷔한 후 7년 동안 잡히지 않은 제구가 한 번에 잡혔으니 말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은 아니다. 정대현은 개막에 앞서 열린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서 11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kt 김진욱 감독도 정대현의 변화에 놀랄 정도다. 김 감독은 "단시간에 갑자기 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현이가 다음 등판 경기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정대현이 제구에 대한 감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비결은 무엇일까. 정대현은 투구폼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제구가 좋지 않아서 스프링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과 상의를 많이 했다. 좋은 폼으로 던져서 제구가 잘 잡히는 것 같다"며 "중심 디딤발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현상을 잡으면서 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것이 쉽게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2스트라이크를 잡은 이후에도 볼넷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제구가 잡힌 이후에는 타자와 승부에서 유리함을 제대로 이용하고 있다. 정대현은 SK전 승리 후 "초구에 체인지업이 잘 들어가서 카운트 싸움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정대현도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 효과도 보는 것 같다"고 인정할 정도. 그는 "작년에는 높은 공이 빠졌다고 선언됐지만, 시범경기부터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