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이대호, 당연한 경계와 극심해질 견제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4.04 06: 10

돌아온 이대호(35·롯데 자이언츠)의 그라운드 존재감은 묵직했다. 이대호는 롯데를 둘러싼 기류와 상대 팀들이 롯데를 상대하는 마음가짐 자체를 바꿔놓았다. 당연히 이대호에 대한 경계심을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대호에 대한 견제가 더욱 극심해질 것을 암시하는 첫 3경기였다.
이대호는 NC 다이노스와의 개막 3연전, 말 그대로 ‘명불허전’의 면모를 보였다. 이대호는 4번 타자로서 10타수 5안타(1홈런) 2타점으로 활약했다. 또한 덕아웃에서 끊임없이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롯데로서는 이대호 합류가 천군만마다. 그러나 이대호의 합류로 나머지 9개 구단은 비상에 걸렸다. 이미 NC 3연전에서 이대호가 주는 위압감은 지켜봤을 터. 이대호에 대한 견제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것도 유추할 수 있다. 이대호를 처음 맞이한 NC도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이대호를 억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개막전을 치른 뒤 “이대호가 좋은 타자다. 우리 투수들이 막아보려고 연구하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야구가 생각대로는 잘 안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이대호에 대한 선수단, 그리고 투수진의 부담감을 대변했다.
NC는 나름대로 비책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이 방법은 모든 팀들이 공유할 수밖에 없는 이대호 견제 방법일 듯했다. 우선 투수진은 이대호와 대부분 몸 쪽 승부를 펼쳤다. 최대한 이대호의 타격 반경을 좁히겠다는 의지였다. 투수들의 몸 쪽 승부는 가장 과감하면서, 이후 투구에 대해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최고의 수다. 그러나 몸 쪽 승부를 펼치다 제구가 되지 않아 한가운데로 몰릴 경우 장타에 대한 위험성이 있고, 또한 사구에 대한 두려움도 생긴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투수들이 쉽게 몸 쪽 승부를 펼치지 못하는 이유도 납득이 간다.
NC는 이대호와 몸 쪽 승부를 즐겼다. 제구가 됐을 경우엔 빗맞은 타구를 유도해 냈고, 몸 쪽 공 이후 바깥쪽 코스의 유인구로 이대호의 방망이와 눈을 현혹했다. 반대의 경우에 결과는 명확했다. 이대호의 방망이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외야로 향하는 타구를 여지없이 만들어냈다. 또한 투구가 너무 몸 쪽으로 붙으며 몸에 맞는 공 2개를 허용하기도 했다.
투수진에서는 몸 쪽 승부를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대호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었을 경우에는 투수의 영향력은 사라진다. 이제는 수비진의 몫이 된다. 위의 사진은 지난 2일 마산 NC-롯데전, 이대호의 타석에서 NC가 펼친 내야 수비 시프트를 찍은 것이다. 1루수는 1-2루간에 버티고 있고, 2루수는 중견수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유격수와 3루수의 위치 역시 모두 좌측으로 모두 이동해 있다. 우타자인 이대호가 정확한 타이밍의 강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낼 경우 타구는 좌측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내야진은 강한 타구에 대한 아웃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비 시프트를 펼쳤다. 2루수의 위치가 중견수 앞에 위치한 것은, 이대호의 느린 주력도 감안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대호에 대한 견제와 경계는 이미 예견한 바 있다. 그렇기에 조원우 감독은 손아섭, 최준석, 강민호의 역할도 중요해졌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개막 3연전의 모습은 이대호의 견제를 분산시켰던 좋은 예다. 투수들의 계속되는 몸쪽 승부에도 이대호는 동료들을 믿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비 시프트의 경우는 이대호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부분. 그러나 이대호는 “현재 홈런 스윙보다는 출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원우 감독 역시 “이대호는 상황에 맞는 타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컨택형 타자에 가깝다. 유연한 타격폼과 부드러운 스윙은 그라운드 전체로 타구를 보낼 능력을 갖고 있다. 오히려 수비 시프트를 무력화 시키는 영리함을 가진 선수가 바로 이대호다.
이대호가 치른 3경기는 시즌의 2%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즌의 2%에서 확인된 이대호의 존재감은 경계경보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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