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구단 뭐했나" 직격탄…한화 말못할 속사정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04 06: 10

예견된 충돌이다. 개막 3연전이 끝나마자마 한화 김성근(75) 감독과 구단을 둘러싼 내홍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4명의 2군 투수들을 대전 홈구장에 불러 직접 상태를 체크하겠다고 구단에 알렸다. 김 감독은 이날 오후 경기를 마치고 대전에 내려가자마자 밤 늦게라도 선수들을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구단이 이를 절대 불허했고, 김 감독도 크게 화가 났다. 양 측의 엇갈린 의견과 주장 속에서 대화와 소통 없이 대립각만 세우고 있다. 
▲ 김성근, "프런트 뭐했나, 현실을 보라"

김성근 감독은 "권혁이 허리 통증 때문에 5월에도 될지 안 될지 모른다. 왼손 중간이 박정진밖에 없다. 왼손 투수를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만들어야 한다. 캠프에서 김범수가 좋아졌고, 김병현도 5월을 목표로 키우려 한다. 김용주는 2군에서 잘 던진 기록이 있어 봤는데 1군에서 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직접 보고 체크하고 싶었다"며 "박정진 하나 다치면 중간에 왼손이 없다. 구단이 이 심각성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군 선수단 훈련 및 운영 권리를 내준 김 감독은 구단의 원칙론에 현실론로 맞섰다. 그는 "지금 그런 원칙을 따져서 뭐하나. 현실을 보면 선수가 모자라다. 왼손 투수뿐만 아니라 외야도 부족하다. 구단이 정말 이기고 싶어 하는지 묻고 싶다"며 "현장에선 어떻게든 선수 하나를 만들려고 밤 늦게까지 애쓰고 있다. 그렇게 장민석이 자랐고, 김원석·강경학이 성장했다. 그러는 동안 구단은 무엇을 했나"고 프런트에 직격탄을 날렸다. 
겨우내 외국인선수를 제외하면 마땅한 전력 보강이 없었던 것도 김 감독이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투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 모든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외부 보강이 없었던 것에 지금도 서운한 감정이 크다. 김 감독은 "프런트가 해야 할 일에 집중했으면 한다. 선수가 모자라면 트레이드해서라도 선수를 구해야 하고, 부상자가 많으면 트레이닝 의무 파트를 보강해야 한다. 그런 건설적인 이야기가 지금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 한화 구단, "원칙 무너뜨려선 안 된다"
한화 구단도 할 말이 많다. 다만 구단이 감독의 말에 정면 반박하며 싸우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울 뿐이다. 박종훈 단장은 2군 선수의 1군 훈련 불허와 관련 "1군 경기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2군 선수 요청이라면 언제든지 오케이"라면서도 "훈련을 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면 단 한 명의 선수도 안 된다. 이번 문제도 선수들을 체중 관리부터 메카닉까지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 데리고 있겠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한 것이다"며 "작년, 재작년에도 이런 식으로 갔지만 구단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1~2군 임무를 나눴다. 감독님이 받아들인 부분인데 왜 이제 와서 다시 뺏어오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해 11월3일 박종훈 단장을 선임, 김성근 감독에게 1군 경기 운영에만 집중하도록 권한을 나눴다. 1군뿐만 아니라 2군까지 깊숙이 관여했던 김 감독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2군 선수들도 수시로 1군 훈련에 불러 체크했다. 엔트리에는 등록하지 않고 1군과 동행하는 2군 선수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2군이 정상 운영되지 못하며 선수 부족에 시달렸다. 체계적인 2군 관리 및 육성을 위해 김 감독의 권한을 거둬들였다. 2군 훈련은 구단 관리란 원칙이다. 
이 문제로 시즌이 임박할 때까지 1~2군 선수 이동에 있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의 요청을 수용하면 작년과 같은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원칙은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원칙이 쉽게 바뀌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종훈 단장 역시 "구단이 2군을 운영·관리한다는 원칙은 변함 없을 것이다"고 못박았다.  
▲ 갈등 불씨, 1~2군 소통 끊기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지만 양 측 모두 뜻을 굽힐 의지는 없어 보인다. 박종훈 단장은 "2군은 그대로 간다. 선발은 선발대로, 중간은 중간대로, 마무리는 마무리대로 육성할 것이다"며 "감독님께서 2군 선수를 보고 싶어 올리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게 1~2명이라면 괜찮겠지만 3~4명이 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2군 경기를 치를 수 없다. 2군은 1군과 똑같은 흐름으로 시즌을 가야 한다"고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감독이 요청한 트레이드와 관련해서도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정근우나 이용규 등 아픈 선수들이 있지만 1년짜리 큰 부상이 아니다. 빠른 시일 내 돌아올 수 있는 단기간 부상인데 이를 커버하기 위한 단기적 트레이드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선수를 영입해도 정근우·이용규가 돌아오면 번외 전력이 된다. 팀 전체 구성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지금 팀이 처해있는 상황이 그렇다. 오히려 부상 선수들 자리에 신성현·김원석·김주현처럼 젊은 선수들이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지 않나. 팀은 이렇게 흘러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번 구단 결정으로 김 감독은 마음이 단단히 상했다. 앞으로 소통의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김 감독은 "이제부터 1~2군 엔트리를 바꾸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금 1군에 있는 선수 27명으로 계속 가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면서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느 팀이든 투수들이 다치거나 지친다. 그래서 김혁민을 1군에 부르려 한 것이다. 직접 보고 만들어야 하는데 왜 구단은 '노'라고 하나"며 답답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1~2군 사이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실제로 김 감독은 다나베 노리오 일본인 야수 인스트럭터를 2군이 아닌 1군에 배치했다. 당초 1~2군을 순회하기로 했지만 이번 문제로 1군에만 함께하기로 했다. 당초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2군에 내려갈 예정이었던 선수도 뜻하지 않게 생존했다. 김 감독은 "지금 선수를 2군에 못 보내니 1군에서 쓸 수 있게 뜯어고쳐야 한다"며 3일 월요일 휴식일에도 대전 홈구장에서 몇몇 선수들을 불러 훈련을 지휘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