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회장 사퇴' 위기의 선수협, 돌파구는 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04 06: 10

메리트 논란 후폭풍이 거세다. 회장까지 물러난 선수협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일대 위기에 놓였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3일 이호준(42) 회장이 전격 사퇴했다. 선수협 이사들이 구단에 수당을 요구하며 팬을 볼모로 협상한 것으로 알려진 '메리트 사태'에 책임을 진 것이다. 
이호준 회장은 "이번 일로 본의 아니게 야구 팬들과 야구 관계자 여러분께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서 사과드린다. 최근 WBC 대회의 실패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입장만을 성급하게 오해를 살 수 있도록 주장했다는 점을 반성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이호준 회장이 선수협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메리트를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각 구단 단장님들이 오해할 정도의 의사 전달이 있었다. 그 부분에 있어 기자회견도 했지만 여론 자체가 워낙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호준 회장이 사퇴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은 개막 시리즈 관중 감소였다. 개막 3연전 평균 관중이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선수협 논란이 이유로 꼽혔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관중이 감소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부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1년 내내 이 문제를 안고 가긴 어렵다. 이 회장도 고심 끝에 사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선수협은 지난 2000년 구단들의 극심한 반대를 딛고 야구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성원 속에 출범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일부 고액 연봉자들의 이익단체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야구 게임 초상권 문제를 둘러싼 전임 집행부의 횡령·배임 혐의로 선수협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투명성을 갖고 쇄신을 위해 노력한 선수협은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 준수와 에이전트 제도 시행으로 뜻을 이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불법도박, 승부조작, 음주운전, 명예훼손, 음란행위, 가정폭력 등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선수협은 어떤 대처도 없었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지난해 승부조작 사태가 터졌을 때 이호준 회장이 재발시 20억원 연대 책임을 약속했지만 팬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다. 
등돌린 팬들을 되돌리기 위해선 선수협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WBC 탈락 이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시기가 안 좋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진실공방하는 모습에 팬들도 실망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며 "선수협 차원에서 팬 서비스로 보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번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장 이호준 회장의 후임자 선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여론이 완전히 등돌린 상황에서 선수협 회장직은 어느 누구에게나 부담스런 자리가 됐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후임 회장과 관련 "다음달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이다. 선수들을 쭉 만나 의견을 묻고 들어볼 것이다"고 밝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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