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 "선수들 행복한 모습 자체가 좋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03 22: 13

10년 만에 맛본 우승은 너무도 달았다.
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대한항공과 '2016-2017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 5차전을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지난 2006-2007시즌 이후 10년 만에 맛본 챔피언결정전 승리의 맛이었다.
'에이스' 문성민이 23득점으로 큰 경기에 약했던 징크스를 깼으며 '미운 오리'였던 외인 대니도 17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전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그는 "대니가 3세트 도중 발목이 돌아가는 걸 봤다. 그런데도 끝까지 참고 뛰더라. 그때 조금 울컥했는데 참았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우승 소감에 대해서는 "정말 좋은데 우승한지 오래 돼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선수들이 좋아하는 걸 보는 것 자체가 좋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캐피탈에서 선수로서 우승을 못했다. 그런데 두 시즌 만에 우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수들이 큰 선물 줬다"라고 설명했다.
최태웅 감독은 3차전부터 5차전까지 원하는 배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 선수들이 볼을 보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그 전체의 모습이 스피드 배구다"라며 "챔피언결정 1~2차전에서는 그런 모습이 안 보였다. 하지만 3차전 이후부터는 선수들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서 그런지 내가 원했던 배구가 나왔다"라고 밝혔다.
챔피언결정전 MVP 문성민에 대해서는 "아까 (문)성민이가 울었다. 이제 본인이 어떻게 해야 우승하는지 느낀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어떤 마음을 가져야 우승하는지 깨달았으니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 믿는다"라고 응원을 보냈다.
최 감독이 꼽은 올 시즌 고비는 외국인 선수. 처음부터 함께 했던 톤 뱅 랭크벨트는 물론 대니마저 기량이 아쉬웠다. 트라이아웃에서도 레프트 포지션 외국인이 없는 상황. 최 감독의 시름은 다음 시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태웅 감독은 인터뷰 내내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4~5차전은 정말 어려운 경기다. 나도 선수 시절 경험 못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배짱이 좋은 건지, 잘 즐기더라"라고 감탄했다.
이어 그는 다음 시즌 계획에 대해 "여러 번 우승을 해본 선배 감독들은 '우승 뒤에 위기가 온다'고 말한다. 철저히 대비하겠다. 내년에 더 좋은 팀으로 발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감독 부임 첫 시즌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태영 부회장 이하 프런트에도 감사인사를 잊지 않았다. /ing@osen.co.kr
[사진] 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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