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킹은 분명 대한항공의 우세였다. 하지만 정작 승부처에서 터진 쪽은 현대캐피탈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알토란 같은 블로킹들로 접전을 매조지었다.
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대한항공과 '2016-2017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 5차전을 세트 스코어 3-1로 따냈다. 10년 만의 챔피언. 그 비결은 접전에서 터진 블로킹이었다.
대한항공은 정규시즌에도 세트당 평균 2.60개의 블로킹으로 전체 1위에 올랐다. 2위 한국전력과 4위 현대캐피탈까지 모두 세트당 평균 2.40개 수준. 대한항공과 차이가 있었다.
챔피언결정전서도 대한항공의 블로킹 우세는 여전했다. 대한항공은 앞선 네 경기서 51개의 블로킹을 성공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36개에 그치며 크게 밀렸다. 진상헌(15개)을 비롯, 미차 가스파리니(7개), 정지석, 한선수(이상 6개), 김철홍, 최석기(이상 5개) 등의 높이가 빛을 발했다. 현대캐피탈은 최민호(12개), 신영석(11개) 쌍포가 위엄을 떨쳤지만 나머지 선수들 중 최다 블로킹은 대니(4개)가 고작이다. 수비벽이 편중된 셈이었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도 대한항공의 블로킹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느냐에 승패가 갈릴 전망이었다. 뚜껑을 열자 전망은 그대로 맞아들어가는 듯했다.
대한항공은 1세트 블로킹 8개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대니가 막아선 1개 뿐이었다. 1세트 승자도 높이의 우세를 앞세운 대한항공이었다.
현대캐피탈은 2세트 들어 대한항공의 벽을 피해 오픈 공격을 꽂아넣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2세트 가스파리니와 정지석, 진상헌이 블로킹 득점을 하나씩 올렸다. 현대캐피탈은 블로킹 1개에 그쳤지만 상대 예봉을 꺾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
그리고 3세트, 현대캐피탈이 반전에 성공했다. 앞선 세트에서 침묵하던 신영석이 3세트에만 세 개의 블로킹을 성공한 것.
현대캐피탈의 3세트 블로킹은 순도마저 높았다. 상대 '주포' 가스파리니를 막아선 것이라는 점이 의미있었다.
20-18로 앞선 상황에서 박주형이, 곧바로 이어진 상황에서는 신영석이 가스파리니의 백어택을 가로막았다. 점수 차가 4점으로 벌어지며 사실상 3세트 승부가 갈렸다.
4세트도 승부처 블로킹은 현대캐피탈의 몫. 특히 시소게임이 거듭되던 18-18 상황에서 최민호가 신영수의 오픈 공격을 막아선 것이 승부와 직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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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천=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