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마크툽 "'메리 미' 3년만에 히트? 역주행 NO 정주행"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4.03 15: 39

 우연일까, 이변일까, 아니면 음악성에 대한 뒤늦은 평가일까. 
지난 3월 차트의 반전은 프로듀서 겸 싱어송라이터 마크툽이 2014년 8월 발표한 '메리 미'의 '역주행'이었다. 불과 한 달 전 이름조차 몰랐던 싱어송라이터는 4월 3일 오후 1시 현재 멜론 실시간 차트 5위에 올라있다. 주간 차트와 월간 차트에서도 각각 7위에 올라, 단발성 인기가 아님은 확인됐다. 아이유, 트와이스, 에일리, 태연 등이 버티고 있는 ‘초 접전’ 차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이 확실하다.
차트 성적보다 놀라운 점은 '배경'이다. 마크툽은 이 곡을 혼자 제작해 발표했다. 자신의 활동을 지원해줄 기획사도 없고, 홍보해줄 매니저도 없이 말이다. 가요계에서 아무런 백그라운드 없이 성공하는 건, 모세가 홍해를 가른 기적만큼이나 어렵다. 

성적부터 배경까지 연속적인 쇼크에 어안이 벙벙해져 마크툽을 만났다. '메리 미' 발표 이후 첫 인터뷰였다. 대체 당신은 어느 별에서 뚝 떨어진 인간이란 말인가.
-마크툽은 누구인가.
"음악 하는 사람이다. 내가 살면서 가져가고 싶은 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음악적인 부분이다. 두 번째는 나의 생명과 성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함께 늙어가는 것이다. 마지막이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내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다. 여행, 미술, 책 등을 좋아한다."
-음악은 언제부터 꿈꿨나.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LP로 음악을 많이 들려줬다. 핑크 플로이드, 너바나,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들으면서 호기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초중고 때는 흑인 음악에 빠졌고, 음악을 즐기는 걸 넘어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대학을 음악과로 가게 됐고, 군대를 다녀와서 보니 내가 표출 욕구가 많은 편이 아니더라. 그래서 기획사에 들어가 연예인이 되고 그런 것 보다는 내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멋있는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지금까지 음악을 하고 있다."
-지금도 연예인이나 인기 있는 가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것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게 본질적인 목적은 아니다. 인기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계속 좋은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난 뭐든지 취미처럼 하는 걸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악이 일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임감의 회피가 아니라 쾌락주의자라 성과나 결과보다는 재미가 우선이다." 
-여전히 소속사를 찾아볼 생각은 없다.
"회사에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혼자서도 그대로 밟고 있다. 물론 홍보나 음반 프로모션 측면에서 인력과 자본이 없어서 못하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점은 굳이 홍보를 안 해도 언젠가는 입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찾아준다. 음악이 좋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대중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홍보는 컨텐츠 자체다. 물론 내 음악이 최고의 컨텐츠라는 말은 아니다. 하하."
-잘되고 있으니까 이런 소리한다고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메리 미'가 주목받아 신기하고 감사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내가 그런 칭찬을 받을 만큼 훌륭하지 않아 부끄럽다. 그래서 이 사건 때문에 내 삶이 흔들리거나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의 목표가 수정되거나 그런 건 없다. 잘 됐다고 더하려는 욕심은 없다."
-'메리 미' 얘기를 해보자. 언제 어떻게 나온 곡인가.
"주말이었고 인천 터미널에 있었다. 고향에 내려가려고 버스표를 끊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 시간을 때우려고 터미널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결혼식장이 보이더라. 아무도 사람이 없길래 안에 들어가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 좀 치다가 누가 뭐라고 하면 죄송하다고 하고 나올 생각이었다. 피아노 치다보니 결혼식 그림이 떠오르더라. 나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게 되고 저 자리에 서있게 될 텐데, 난 신부에게 무슨 말이 듣고 싶을까. 난 무슨 말을 해야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중에 멜로디가 떠올랐고 휴대폰으로 녹음까지 했다. 나중에 프러포즈를 하게 되면 이 곡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었지만 발매 생각은 하지 못했던 곡이다. 그러다 구윤회 형과 다른 곡을 녹음할 때 '메리 미'가 떠올랐다. 이 형의 서정적이고 투박하면서도 진중한 느낌이 청혼가랑 만나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형 역시 작업을 흔쾌히 승낙해줘 2014년 8월에 곡이 나오게 됐다." 
-발표했을 당시엔 차트에서 반응이 어땠나.
"큰 반응은 없었고, 순수하게 입소문은 조금 탔다. 제가 요즘 역주행 이야길 정말 많이 듣는데, 그게 맞나 싶다. 전 지금 상황이 오히려 정주행이라고 생각한다. 음원이 나오자마자 순위에 올라가는 게 정상인가. 어떤 한 사람이 이 곡을 접하고, 입소문을 타서 열명이 좋아하고 백명이 좋아하게 되고 그러다 천명이 좋아하게 되는 상황이 정주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 역시 실시간 차트의 수혜를 입고 있지만 지금 당장 실시간 차트가 없어진다고 해도 찬성할 거 같다. 월간 차트 정도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리스너들이 자신만의 기호가 생겼으면 좋겠다. 차트에 기대지 않고 좋은 음악을 찾아서 듣는 식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면 더 좋은 리스너가 되지 않을까."
-'메리 미'의 인기 발단은 뭐였나. SNS로 알려져 있는데 그게 정말 그렇게 영향이 컸을까. 
"정말 그렇게 영향력이 크더라. 물론 SNS로 인기를 얻기 전에도 좋아해주는 팬들은 있었다. 그러다 신호대기남이라는 분이 SNS에서 이 곡을 불러주셨다. 감사하게도 정말 잘 불러줘 화제가 됐고, 이후에는 어떤 신랑이 불러줘 또 화제가 됐다. 탄력을 받았는지 나도 SNS를 보고 있으면 하루에도 몇번씩 '메리 미' 관련 영상이 올라오더라."
-신호대기남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나.
"계속 안하다가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한 번은 '이국주의 영스트리트'에 출연해 그 분 언급을 짧게 했는데, 신호대기남께서 그 부분을 SNS에 올리면서 살짝 서운해 하더라. 아마도 본인에 대한 언급이 짧아서였을 거다. 하하. 사실 표현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부끄럽고 민망해서 미뤘었는데 신호대기남께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내 번호도 남겼다. 조만간 기회도 되면 만나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이유와 차트에서 경쟁 중이다.
"그저 신기할 뿐이다. 그 중에 제일은 그 분들 역시 나를 알거라는 점. 특히 아이유 씨가 날 안다는 게 얼마나 신기한가. 그렇게 내 존재가 각인된다는 게 신기하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앞으로도 계속 앨범 발매 위주의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좋은 사람과 공연으로 만나고 싶다. '메리 미'에 많은 추억과 의미를 담아주신 리스너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늘 행복하고 미세먼지 조심하시길." / kjseven7@osen.co.kr
[사진] 마크툽 제공, 바디프로필 SEANGRAPH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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