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혁은 원래 로맨틱하고 코믹하다. 워낙 액션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맡으며 ‘액션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그에게는 많은 얼굴이 있다.
지난 1997년 SBS 드라마 ‘모델’로 데뷔한 장혁은 벌써 연기를 시작한지도 20년이 된 베테랑 배우다. 아직도 수많은 명장면과 OST가 회자되고 있는 ‘추노’(2010)는 그의 인생작. 쫓고 쫓기는 추격신의 대표적인 드라마로 꼽힐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를 통해 장혁의 액션 본능이 제대로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겠다.
‘뿌리깊은 나무’(2011), ‘아이리스2’(2013), ‘빛나거나 미치거나’(2015), ‘장사의 신’(2016), ‘보이스’(2017)까지 ‘추노’를 잇는 액션작들. 특유의 늘려말하는 듯한 말투는 이제 그의 정체성이 됐다. 물론 국내 장혁만큼 액션 신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몇 없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지만, 장혁을 액션스타라는 틀에만 가두기에는 모자라다.
일례로 지난해 방송돼 ‘205’라는 애칭을 얻은 ‘뷰티풀 마인드’에서 감정이 결여된 의사 이영오 역은 액션 없이도 그의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
이에 앞서 ‘운명처럼 널 사랑해’(2014)는 더욱 옛날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2002년 방송된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호흡을 맞췄던 장나라와 다시 한 번 만나게 된 것. 무려 12년 만의 재회가 큰 환호를 받은 건 로맨틱하고 코믹한 장혁을 다시 만난다는 점에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명랑소녀 성공기’는 사랑스럽게 발랄한 명랑소녀(장나라 분)와 무뚝뚝해도 배려심이 넘치는 남자주인공(장혁 분)의 케미스트리로 40%가 넘는 대박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지금은 일본어 ‘츤데레’라는 신조어로 앞에서는 무뚝뚝하고 뒤에서는 몰래 챙겨주는 캐릭터를 설명하고 있는데, 장혁은 그의 원조 중 한 명으로 여심을 훔쳐왔다. 주로 액션신이 부각되거나 무거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장혁이지만, 다행히(?) 본인 스스로도 로맨틱코미디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는 점이 팬들을 안도케 한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장혁은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대해 “배우들의 합이 잘 맞아 떨어지는 장르”라고 표현하며 현장이 유쾌해 재밌고 좋아한다고 전했다. 올해 ‘보이스’와 ‘보통사람’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시청자와 관객을 만난 장혁. 조만간 그의 로맨틱하고 코믹한 모습을 기대해 봐도 될까. / besodam@osen.co.kr
[사진] '명랑소녀 성공기' 스틸,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