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오승환의 38구, 매시니 운영 문제 없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03 13: 11

강심장을 선보인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도 불어나는 투구수에는 장사가 없었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의 감독의 불펜 운영에 또 한 번 물음표가 붙었다. 
오승환은 3일(이하 한국시간)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자신의 2017년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절대 위기에 등판해 팀의 리드를 지키는 듯 했으나 3-0으로 앞선 9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콘트라레스에게 동점 3점포를 얻어 맞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6.20이 됐다. 팀이 9회 끝내기 승리를 거둬 어색한 시즌 첫 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위로는 되지 못했다.
등판 상황 자체가 워낙 긴박했지만 역시 오승환은 오승환이었다. 1-0으로 앞선 8회 선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흔들렸다. 안타 2개를 맞고 1사 1,2루에 몰렸다. 그 전까지는 워낙 잘 던졌지만, 아무래도 시즌 첫 등판서 한계 투구수에 이른 것이 구위 저하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오승환 사이에 다른 불펜투수로 다리를 놓지 않고, 그냥 오승환을 올려 경기를 끝내겠다는 강수를 썼다.

상황도 긴박한데,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라인업을 상당수 간직한 컵스가 오승환의 맞은 편에 있었다. 여기에 타순은 무시무시했다. 떠오르는 타자인 카일 슈와버가 첫 타자였고, 그 다음은 컵스의 간판이자 리그 최정상급 타자들인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앤서니 리조가 버티고 있었다. 안타 하나만 맞아도 블론세이브인 상황에서의 첫 등판은 어쩌면 가혹하기까지 했다.
슈와버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1사 만루였다. 오승환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컵스 타자들이 잘 반응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파악을 마친 듯 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침착했다. 브라이언트와 리조를 모두 외야 뜬공으로 정리했다.
브라이언트 또한 오승환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그냥 지켜봤다. 2B이라는 불리한 카운트로 시작했다. 하지만 4구째 슬라이더가 브라이언트의 방망이를 이겨냈다. 멀리 뻗지 못한 타구는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떴고, 3루 주자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어 리조도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우익수 피스코티가 잘 잡아냈다.
하지만 이미 8회에 많은 공을 던진 오승환은 9회까지 구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이날은 시즌 개막전이었다. 모든 투수들이 아직은 관리를 받아야 할 시기다. 결국 선두 조브리스트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것이 화근이 됐다. 러셀과도 풀카운트 승부였다. 그러나 마지막 결정구인 91마일 패스트볼이 러셀의 헛방망이를 유도해 한숨을 돌렸다. 몸이 풀린 오승환은 패스트볼 스피드를 93마일(150km)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헤이워드를 1루 땅볼로 유도했으나 1루수 카펜터가 공을 잘 잡아내지 못하며 주자와 타자가 모두 살았다. 병살 코스까지는 아니어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올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쉬웠다. 공식 기록은 안타였지만 실책성 플레이였다.
결국 흔들린 오승환은 콘트라레스에게 좌월 동점 3점포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 유독 말을 듣지 않았던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떨어졌고 콘트라레스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콘트라레스를 상대할 당시 오승환의 투구수는 이미 30개 내외였다. 마무리 투수로서는 많은 수치였다.
오승환은 지난해에도 1이닝 이상을 밥먹듯이 던졌다. MLB의 트렌드는 아니다. 매시니 감독은 그 전에도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 등 불펜 투수들을 혹독하게 돌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는 브렛 세실을 영입했지만, 정작 매시니 감독은 8회 좌타자들을 상대로 세실이나 케빈 시그리스트를 활용하지 않았다.
물론 상황이 긴박했고 오승환에 대한 믿음을 엿볼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승환의 구위 자체도 이날은 절정과 거리가 있었다. 특히 슬라이더 제구가 그랬다. 실책이 없었다면 세이브를 기록할 수도, 제구가 좋았다면 투구수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38구를 던진 마무리 투수는 흔하지 않다. 홈런을 맞은 상황에서 강판됐다면 논란 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올 시즌 오승환에 대한 관리가 어떨지 우려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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