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경기 10⅓이닝 7피안타 평균자책점 0.87. LG 불펜이 개막 3연전에서 거둔 성적이다. 그 중심에는 2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수호신' 진해수(31)가 있었다.
LG는 지난 31일부터 2일까지 넥센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 시리즈를 싹쓸이했다. LG가 개막 3연전을 싹쓸이한 건 지난 2000년 롯데와 시리즈 이후 17년 만이다. '양파고' 양상문 LG 감독이 적재적소에 기용한 이형종, 이천웅 등의 활약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탄탄한 불펜이 깔려있었다.
개막 3연전서 LG는 헨리 소사와 류제국, 윤지웅을 선발로 냈고 이들은 도합 16⅔이닝을 소화했다. LG의 선발 투구이닝은 NC(13⅓이닝)와 kt(14이닝) 다음으로 적었다. 그런 만큼 불펜이 많은 짐을 짊어졌다. 그럼에도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kt(0.00)에 이어 2위로 안정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진해수가 돋보였다. 진해수는 세 경기 모두 등판, 2⅓이닝 4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2홀드를 추가했다. 여섯 타자를 상대했는데 우타자와 좌타자 모두 세 명이었다. '좌완 스페셜리스트'임에도 우타자 상대에 막힘없었다.
진해수의 활약은 낯설지 않다. 그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LG 불펜의 '믿을맨'으로 떠올랐다. 진해수는 지난해 8월 24일에 1군 콜업됐다. 이후 8월 27일 kt전 ⅔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지난 2일 넥센전까지 22경기에서 16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탈삼진은 15개를 기록한 반면 볼넷은 4개였다. 피안타율은 0.185였으며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0.445에 그쳤다. 그가 이 기간 장타 허용은 이진영(kt)에게 내준 2루타 하나가 전부다. 나머지 9개의 피안타 모두 단타에 그쳤다.
진해수는 2006년 KIA에 입단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는 2013시즌 도중 김상현과 함께 SK로 트레이드됐다. 반대급부는 송은범과 신승현. 이후 2014시즌에는 리그 최다 경기 등판의 기록을 세우는 등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2015시즌 중반, 여건욱, 임훈과 함께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반대급부는 신재웅, 정의윤, 신동훈이었다.
정의윤은 SK 유니폼을 입고 기량이 만개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전 경기에 출장, 타율 3할1푼1리, 27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자연히 진해수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해수가 지금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LG 입장에서도 큰 손해는 아니다. 특히 LG는 좌완 불펜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개막 3연전서 진해수와 함께 최성훈을 기용했지만 2경기서 2이닝 평균자책점 4.50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진해수의 호투가 반가운 이유다.
진해수는 LG로 트레이드된 후 "손해 본 트레이드가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겠다"라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시즌 중반부터 자신의 가치를, LG 코칭스태프가 현명했음을 고루 증명하고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