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반갑다 ML!' 코리안 빅 리거 기상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03 06: 00

'2017 메이저리그(MLB)가 4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 탬파베이의 맞대결로 서막을 알렸다.
스프링캠프 기간까지만 해도 MLB 진입을 노리던 한국 선수들은 총 8명. 그 중 박병호(31·로체스터 레드윙스)와 황재균(30·새크라멘토 리버캣츠), 최지만(26·스크랜튼 윌크스배리)은 트리플A로 강등됐다. 강정호(30·피츠버그)는 음주운전 문제로 미국 땅조차 밟지 못했다.
결국 남은 선수는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과 류현진(30·LA 다저스), 김현수(30·볼티모어), 추신수(35·텍사스)로 절반에 불과하다. 물론 박병호와 황재균은 스프링캐프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머지 않아 MLB 무대를 밟을 전망이다.

'빅 리그'를 노리던 8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개막을 맞아 그들의 기상도를 살펴봤다.
▲ '독보적' 오승환, '5선발' 류현진 & '플래툰' 김현수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팀 내 입지가 가장 탄탄한 선수는 단연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해 군계일학의 구위를 뽐낸 뒤 3월 17일 미네소타전에 복귀했다.
WBC 대표팀 합류 직전 마이애미전서 1이닝 3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복귀 이후 4경기서 5이닝 2피안타 무실점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미 현지 언론도 올 시즌 오승환의 활약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MLB.com이 매긴 '2017시즌 판타지리그 랭킹'에서 오승환은 불펜투수 중 4위, 전체 투수 중 19위, 전체 선수 중 61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크 멜란슨(샌프란시스코), 크레이그 킴브렐(보스턴) 등 쟁쟁한 마무리투수들보다도 높은 순위다.
류현진도 5선발 자리를 꿰찼다. 2년 동안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거듭했다. 겨우내 어느 때보다 구슬땀을 흘리며 몸 만들기에 집중했고 그 성과는 시범경기에 나타났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네 차례 선발등판, 14이닝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특히 투구 다음날에도 전혀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류현진이 2013시즌의 모습을 회복했다"라며 기대를 보냈다. 류현진은 오는 8일 콜로라도 원정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올 시즌 관건은 무엇보다 부상 방지다.
25인 엔트리 기준이면 김현수의 입지도 탄탄하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현지 유력 매체 'MASN'이 전망한 4일 개막전 선발 좌익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도 플래툰의 굴레를 벗지 못할 전망이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스프링캠프 내내 우투수 상대로만 김현수를 기용했다. 애초에 기회 자체가 적으니 좌투 상대 타격 능력을 검증할 길이 없다. 답답하지만 우투수 상대로 제 모습을 보이면 기회는 언젠가 오기 마련이다.
▲ 'ML 가시권' 박병호 & 황재균
두 선수 모두 스프링캠프 성적이 25인 엔트리 진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병호는 지난 2월 방출대기(DFA·양도선수지명) 조치당하며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19경기에 나서 시범경기 19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1.159, 6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홈런, 장타율 모두 팀 내 1위. 그러나 '불펜 투수 한 명을 더 데려가겠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마이너리그에 이관됐다.
황재균 역시 스프링캠프 성적은 뛰어났다. 그는 26경기 출장해 타율 3할5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1.108, 5홈런, 15타점으로 불방망이를 뽐냈다. 수비에서도 주 포지션인 3루는 물론 좌익수와 1루수까지 소화했다. 그러나 '초청 선수' 신분 탓에 결국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박병호와 황재균 모두 올 시즌 도중 메이저리그 합류가 유력하다. 미네소타 현지에서는 박병호의 마이너리그 이관을 두고 '3월의 광기', '준비된 선수를 내렸다', '모든 이의 수수께끼'라는 등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황재균 역시 '내야수 콜업 0순위'로 꼽히는 분위기다. 스프링캠프 막판 오클랜드 3연전 로스터까지 포함된 것이 그 증거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황재균이 트리플A에서 지금 성적을 유지한다면 MLB에서 그의 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비슷한 성적, 다른 입지' 추신수 & 최지만
추신수와 최지만은 스프링캠프서 비슷한 성적을 남겼다. 추신수는 20경기서 타율 1할7푼8리, 출루율 3할1푼5리, 장타율 0.244, 무홈런, 2타점에 그쳤다. 볼넷 7개를 골라내는 동안 삼진 14개를 빼앗겼다. 최지만은 20경기에 주로 대타 출장, 타율 2할, 출루율 3할3푼3리, 장타율 0.233, 무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두 선수의 2017시즌 시작점은 천지차이다. 고액 연봉자 추신수는 주전 지명타자로 시즌을 맞이한다. 현지에서는 박찬호와 추신수를 두고 누가 더 '먹튀'인가를 논하고 있다. 언론의 평가가 따가운 만큼 올 시즌 반전을 만들어야 한다.
반면 '초청 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여했던 최지만은 컷오프되며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으로 내려갔다. 그렉 버드(24)의 입지가 탄탄한 데다 지난 시즌 홈런왕 크리스 카터(30)마저 1루에 버티고 있다. 메이저리그 콜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미국行' 자체도 불투명한 강정호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가장 입지가 불안한 선수는 강정호다.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 강정호는 비시즌 동안 한국에서 저지른 음주운전으로 징역형을 받았다. 이때문에 항소심을 결정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 징역형에 처하면 취업비자 발급 자체가 안 된다.
일종의 편법으로 주로 관광 목적인 '전자여행허가(ESTA)' 신청도 거절됐다. 게다가 제3국에서도 음주운전을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 엎친데 덮친격이다. 프랭크 쿠넬리 피츠버그 사장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강정호에 대한 구단의 입장을 다시 짚었다. 쿠넬리 사장은 "우리는 강정호, 그리고 그의 대리인과 함께 일하고 있다"라며 "그의 취업비자가 발급될 것이라 믿는다.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쿠넬리 사장의 바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나와야만 취업비자 신청이 가능하다. 만일 1심 판결이 유지되면 취업비자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벌금형을 받은 뒤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 돌아가더라도 몸을 만들어 경기에 나서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전반기 복귀도 미지수. 설혹 MLB 무대에 발을 들이더라도 예전 같은 국내 팬들의 지지는 없다. 이제 강정호는 여론과도 맞서야 한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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