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의 활용 방안이 나왔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황재균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메이저리그(MLB) 승격을 준비할 것이라 밝혔다.
보치 감독은 3일(이하 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릴 애리조나와의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몇몇 선수들의 준비 과정에 대해 밝혔다. 보치 감독은 황재균에 대해 “3루수, 좌익수, 1루수로 모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할 것이라는 의미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을 맺은 황재균은 시범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남겼다. 27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1.040, 5홈런, 15타점의 빼어난 방망이를 선보였다. 다만 25인 로스터에 등록되기에는 자리가 너무 없었고 ‘초청선수 신분’이라는 한계도 엄연히 존재했다.
보치 감독은 황재균의 타격 능력에는 대단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치 감독은 황재균의 트리플A행을 통보하는 자리에서도 “그가 트리플A에서도 지금과 같은 좋은 타격을 이어갈 수 있다면 MLB에서도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비는 아직 물음표가 남아있다. 3루는 문제가 없지만 팀이 원하는 좌익수 수비에서는 부족함이 드러났다. 황재균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샌프란시스코는 주축 선수들이 건재한 나머지 포지션에 비해 좌익수가 불안하다. 마이클 모스와 맥 윌리엄스가 모두 부상으로 빠지면서 가뜩이나 약한 포지션이 더 헐거워졌다. 이에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이 비상시 투입할 수 있는 좌익수가 되길 바라고 있다. 1·3루는 물론 좌익수까지 볼 수 있다면 팀 백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황재균 개인적으로도 가치가 높아짐은 물론이다.
때문에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운 MLB보다는 트리플A에서 많은 경험과 감각을 쌓으라는 것이 샌프란시스코의 주문이다. 황재균도 “단장과 감독이 밑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더라”면서 “트리플A에 가서는 좌익수 수비만 하면 될 것 같다. 외야 적응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황재균은 1,3루와는 달리 좌익수 경험이 거의 없어 타구 판단이나 펜스 플레이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황재균과 함께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선수들도 모두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승격을 기다린다. 보치 감독은 크리스티안 아로요의 경우 내야 전 포지션을 돌아가며 맡게 될 것이라는 구상을 드러냈다. 마이너리그 옵션이 남아있어 불가피하게 밀린 켈비 톰린슨 또한 유격수와 2루수 자리에 번갈아가며 출전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