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의 진심, 비웃음을 박수로 바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02 06: 25

지난겨울 KBO 리그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은 유독 더디게 흘렀다. 국내 구단 사이, 혹은 국내와 해외를 놓고 일부 대어들의 저울질이 계속됐다.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또한 그 중 하나였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 단번에 승낙할 만한 ‘확실한’ 오퍼는 없었다. 계약 조건을 놓고 고민이 길어졌고, 그 사이 다른 FA 선수들은 차례차례 계약을 마무리했다. 롯데와 kt의 관심을 동시에 받았음에도 시원스레 발표를 하지 못하는 사정이 그 당시에는 있었다. 황재균은 이른바 ‘대어’ 중 계약서 사인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던 선수다.
이를 꼬아 보는 시선도 분명히 있었다. MLB 진출을 가지고 ‘몸값 흥정’을 한다는 비판적 여론, “무슨 메이저리그냐, 그냥 한국에 남아 빨리 사인해라”는 악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황재균이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을 맺을 때까지만 해도 의구심은 지워지지 않았다. “적당히 하다가 MLB에 가지 못하면 돈이 보장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비아냥, “초청선수 신분으로 25인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공존했다.

결과적으로 황재균은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1일(한국시간) 황재균의 시즌 개막이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가 될 것이라고 확답했다. 사실 황재균도 이런 분위기는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황재균은 “자리가 없다고 한다. 밑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준비를 잘 하고 있으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스프링 트레이닝 성적을 생각하면 아쉬움만 남는다. 황재균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다 보여줬다. 26경기에서 타율 3할5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1.108, 5홈런, 15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수비에서도 주 포지션인 3루는 물론 좌익수와 1루수까지 소화했다. 눈도장을 받은 셈이다. 소득은 또 있었다. 황재균의 ‘진정성’ 있는 도전에 여론도 비아냥에서 박수로 바뀌었다. 이제 황재균의 진심을 의심하는 자는 없다.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이 심했을 황재균도 감사함을 표시했다. 황재균은 2일 경기가 끝난 뒤 이러한 질문에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인 뒤 그런 성원에도 트리플A로 내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는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황재균은 “시즌은 길다. 내려가서 준비를 잘해 어떻게든 올라오겠다”고 단단한 각오를 드러냈다.
때로는, 아니 상당한 경우에서 그 사람의 진심이 결과로 드러날 때도 있다. 황재균의 이번 도전도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황재균은 KBO 리그 복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3월 말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취득)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지만 역시 포기했다. 이곳에 남아 반드시 MLB 데뷔를 이뤄내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금전·편안한 환경 등 많은 것을 포기한 황재균이지만, 진심은 지금 이 자리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샌프란시스코=(미 캘리포니아주),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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