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과거의 정대현(26, kt)이 아니다.
정대현이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첫 등판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정대현은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원정경기서 6이닝 5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kt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정대현의 활약에 kt는 개막전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지난해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정대현은 지난해에도 선발 투수로 22경기에 출전했지만 평균자책점이 7.29로 높았다. 당연히 소화한 이닝도 91⅓이닝으로 적었다. 적지 않은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SK전이 우연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연은 아니다. 정대현의 호투는 시범경기서도 돋보였다. 정대현은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에서 11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평균자책점 1.64)을 기록했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이 연속 선상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제구가 완전히 달라졌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을 모두 합해 17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이 1개뿐이다. 피안타도 11개밖에 안 된다. 상대에게 출루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승리의 초석을 착실하게 다진 것이다.
지난해와 볼넷이 크게 차이난다. 정대현의 통산 9이닝당 볼넷은 5.13개다. 직구보다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선호했지만 상대와 승부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출루를 허용한 것. 게다가 주자가 있을 때는 크게 약해지는 모습까지 보여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에는 투구 스타일을 바꿨다.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으면 바로 승부를 걸었다. 2스트라이크 1볼 혹은 2스트라이크 2볼 상황에서는 바로 타자의 방망이가 나올 수 있는 공을 던졌다. 덕분에 투구수가 줄었다. SK전에서 6이닝 동안 투구수가 76개에 그친 비결이다.
kt 김진욱 감독은 개막전서 정대현에 대해 "예전처럼 유리한 카운트에서 타이밍을 잡으려 하지 않고 빠른 공으로 스탠딩 삼진을 잡으려고 한다"며 "공이 던지고 싶은 곳에 들어가기 시작하니 자신감에서도 매우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정대현은 시범경기서 "캠프에서부터 제구에 신경 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빠른 공과 느린 공을 섞고 좌우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습이 계속 이어진다면 정대현이 유망주 꼬리표를 떼는 것은 금세 이루어질 것이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