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
불펜 투수라면 이틀 연속 등판은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팀의 승리를 책임져야 할 마무리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kt 김진욱 감독은 조금 달랐다. 김 감독은 1일 SK에 승리를 거둔 후 마무리 투수 김재윤에게 "이틀 연속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밝혔다.
김재윤이 던진 공은 불과 5개. 전날도 10개에 그쳤다. 게다가 아직 시즌 초반이다. 다소 의아할 수도 있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김진욱 감독이 김재윤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미안함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전날 언급에서 찾을 수 있다. 김 감독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개막전을 앞두고 불펜 투수진에 대한 관리를 다짐했다. 김재윤과 조무근 등 전년도에 다소 공을 많이 던진 선수들을 위해서였다. 무리시키지 않는 기용으로 성장을 돕겠다는 뜻이었다.
김 감독은 "재윤이가 가진 것이 매우 좋다"면서 "포수에서 포지션을 바꾼 선수다. 올해는 관리하면서 기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무근도 첫해 많이 던져서 100%가 회복되지 않았다. 테크닉은 좋아졌지만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무근은 입단 첫해인 2015년 72⅔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38⅔이닝 평균자책점 8.61로 더욱 안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김진욱 감독은 조무근은 물론 지난해 54⅓이닝을 소화한 김재윤이 부진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려고 한다.
물론 큰 틀에서의 다짐은 깨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무근이와 재윤이 모두 투입하면 1이닝만 던지게 하려고 한다"고 했었다. 김재윤은 1일 SK전에서도 정확히 1이닝만 소화하고 세이브를 챙겼다. 그럼에도 김진욱 감독은 이틀 연속 등판을 지시한 점이 내심 걸렸다.
하지만 김재윤의 활약으로 kt는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지난해 개막전에서 SK를 이기고도 다음 2경기를 모두 내줬던 kt로서는 개막 원정 3연전에서 이미 2승을 따냈다. 김재윤은 이틀 연속 등판으로 2승을 모두 지켜내며 kt의 초반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