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시련과 오기가 키워낸 '역전 우승 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02 06: 00

"챔프전인데도 신나게 잘 뛰어 다닌다. 작년 경험이 도움 되는 것 같다". 
현대캐피탈이 2016-2017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을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1일 천안 홈에서 열린 4차전에서 대한항공을 3-0(26-24, 30-28, 25-19)으로 제압, 챔프전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오는 3일 인천에서 최종 5차전을 통해 우승팀이 결정된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챔프전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은 작년과 반대로 역전 우승을 꿈꾼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현대캐피탈은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OK저축은행에 1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세터 노재욱 등 젊은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 부재를 드러내며 완패했다. 

시련을 경험삼아 현대캐피탈은 역전 우승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친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만나 1차전 셧아웃 완패를 시작으로 3차전까지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4차전에서 최고 경기력을 뽐내며 대한항공을 코너로 몰았다. 흐름을 되가져왔다. 
최태웅 감독은 "챔프전인데도 선수들이 신나게 잘 뛰어다녔다. 작년 경험이 도움 되는 것 같다. 이럴 때 즐기는 게 정말 즐길 줄 아는 것이다"고 말했다. 4차전에서 13득점을 내며 주포 문성민의 부담을 덜어낸 레프트 박주형은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 있게 했다. 부담감을 떨쳐버렸다"고 자신했다. 
세터 노재욱도 지난해 아픔을 뒤로 하고 올해는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작년 챔프전 경험이 엄청난 도움이 된다. 한 번 호되게 당해서인지 느낀 게 많다. 작년 챔프전에서 무너진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고, 다신 그런 경기를 하지 않기 위해 한 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시련은 오기를 낳았다. 노재욱은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4차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경기 당일 출전을 자청했다. 그는 "아파야 잘하는 것 같다. 안 좋은 볼에도 모든 선수들이 득점을 해주니 아픈 것도 잊고 뛰었다"고 공을 돌렸다. 외국인선수 대니도 1세트 초반 동료 신영석과 충돌로 오른 발목을 접질렀지만 내색 않고 챔프전 최고 활약을 했다. 
노재욱은 "대니가 발목을 삐끗하고도 끝까지 버텨줬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파이팅이 있어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준다"고 고마워했다. 최태웅 감독도 "노재욱과 대니가 팀 동료를 위해 참고해주는 게 고맙다"면서도 "상태를 체크해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틀 후 5차전도 지켜봐야 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006-2007시즌 이후로 10년 만에 챔프전 우승에 1승을 남겨놓았다. 오랜 숙원이 머지않았지만 최 감독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우승에 대한 욕심으로 선수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싶지 않다. 그런 건 별로 원치 않는다"며 선수들의 몸 상태 회복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시련과 오기로 마지막까지 온 현대캐피탈, 10년 만에 역전 드라마로 우승의 꿈을 이룰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천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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