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다. 그 누구보다 간절했지만 실타래처럼 꼬였던 운명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결국 337일만에 롯데는 길고 길었던 NC전 15연패를 끊어냈다.
롯데는 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2차전 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롯데는 개막전 패배 이후 올 시즌 첫 승을 곧장 올렸다.
하지만 롯데는 시즌 첫 승의 기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참 길고 길었던 NC전 연패를 15에서 멈췄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고, 더 큰 기쁨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4월 29일 사직 NC전에서 3-6 패배를 당한 이후 337일 만에 연패를 끊어냈다. 승리는 지난해 4월 19일 마산 경기(8-5 승) 이후 349일 만이다.
롯데는 지난해 NC를 상대로 1승 15패, 그리고 14연패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특정 팀 상대 연패가 이렇게 길어진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었다. 김경문 NC 감독 역시 “야구를 하면서 특정 팀을 상대로 이렇게 이겨본 적이 없다”면서 일방적이었던 흐름에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롯데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후발주자로 KBO리그에 합류한 ‘동생격’ 구단에게 무참히 짓밟히기도 했을 뿐더러 팬을 공유하고 있는 지역 라이벌에게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패한다는 것이 납득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롯데는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전력의 차이를 인정해야만 했다. 롯데가 하위권을 전전하는 사이 NC는 신흥 강팀으로 급부상했다.
한 번 꼬인 흐름은 쉽게 풀어낼 수 없었다. 연패의 시작이었던 지난해 4월 29일 사직 NC전의 악몽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2-0으로 8회까지 앞서고 있었지만 셋업맨 윤길현이 손톱에 문제가 생기면서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내려갔고 급하게 올라온 박진형이 테임즈에게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이후 롯데는 NC와의 경기마다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팬들의 조롱도 감수해야만 했다.
최효석 부산 MBC 해설위원은 “롯데가 NC를 상대로 경기 중반까지는 팽팽하게 흐르는 경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 번 실점을 하거나 고비를 넘지 못하면 그 때부터 선수들의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실력 외의 정신적인 부분이 경기를 지배했다.
전날(3월 31일) 개막전 역시 1-0의 리드 이후 추가점을 뽑지 못하면서 경기 중반 역전을 당했고, 이후 상대 실책과 이대호의 홈런으로 NC를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9회초 2사 2루에서 어이없는 도루 실패가 나오며 15연패까지 이어졌다. 조원우 감독은 경기 전 “경기가 꼬이려니까 그렇게 꼬인다”면서 아쉬움을 곱씹었다.
이날 경기 양상 역시 팽팽했다. 롯데가 1회 앤디 번즈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선발 김원중은 위기를 맞이했지만 씩식한 투구로 위기를 극복했다. 꾸역꾸역 리드를 지켰고 3회에는 김대우의 2타점 2루타가 터지며 3점의 리드를 만들었다. 경기 초반이던 2회에 번트 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했고, 수비에서는 다소 아쉬운 실책들이 나오면서 앞선 NC와의 경기들처럼 경기가 꼬이는 것이 아닌 가 했다.
그러나 이날 롯데는 숱한 위기들과 고비들을 극복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길고 길었던 연패를 탈출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