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씩씩함과 자신감 넘치는 면모를 되찾았다. 지난해 1군 선발 등판 무대에서 타자들과 승부를 회피하는 등 주눅 들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24)이 자신의 데뷔 첫 승과 길고 길었던 NC전 연패를 탈출했다.
김원중은 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2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3-0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해부터 전날(3월 31일) 개막전까지 이어져 온 NC전 15연패의 사슬을 겨우 끊어냈다.
롯데의 선발진은 빈약하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일찌감치 짐을 싸 팀을 떠나면서 안 그래도 두터운 편이 아니었던 선발진은 더욱 얇아졌다. 이에 올해 처음으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한 김원중에게 개막시리즈 두 번째 경기의 선발 중책이 맡겨졌다.
스프링캠프부터 가장 좋은 구위와 컨디션을 보여줬고, 이를 시범경기까지 이어갔지만 당연히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경기 전 조원우 감독은 “개막시리즈 선발진 진입이 처음인데, 부담을 많이 가질 것이다”면서도 “자신의 공만 던진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투수진 현실이었지만 그래도 기대는 거두지 않았다.
사실 경기 전 덕아웃에서 보였던 김원중의 얼굴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해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날 역시 쉽지 않은 선발 등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뒤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원중은 이전의 소심했던 투구는 볼 수 없었다.
김원중은 1회부터 심상치 않은 투구를 예고했다. 1점을 등에 업고 1회 마운드에 오른 김원중은 선두타자 김성욱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한 뒤 모창민 역시 4구 만에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2사후 나성범과의 승부에서는 11구 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2루수 땅볼로 처리해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김원중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다만, 수비의 도움이 다소 아쉬웠다. 또한 운도 따르지 않았다. 2회말 2사후 권희동에 2루수 방면 내야 안타를 허용했고, 후속 지석훈에게는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유격수 신본기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2사 1,3루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손시헌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4회는 김원중에게 최대 위기였다. 2사후 박석민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권희동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권희동의 타구는 김원중의 오른쪽 발목을 강타하고 굴절되며 수비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흘렀다. 김원중은 타구를 맞은 뒤 곧장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하지만 김원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어섰다. 고통을 훌훌 털어버리고 연습 투구를 펼쳤고 이내 타자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고통으로 인해 밸런스가 흔들릴 법도 했지만 김원중은 후속 지석훈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위기를 스스로 극복했다.
5회 역시 1사 1루에서 김성욱에게 포수 앞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모창민과 나성범을 상대로 과감하게 승부를 펼치며 각각 중견수 뜬공,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선발 경험이 일천하기에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였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나타나는 구위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실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수비진에서 아쉬운 플레이들이 나오면서 김원중의 투구 수는 많아졌다. 그러나 김원중은 구위와 스피드 저하, 그리고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던 무수한 상황들을 극복하고 넓은 스트라이크 존을 활용해 타자들과 진검 승부를 펼쳤다.
이날 김원중은 최고 146km까지 찍은 빠른공을 59개나 던지며 씩씩하게 마운드를 버텼다. 커브(11개)와 슬라이더(11개), 체인지업(10개)도 결정적인 순간 적절하게 섞었다. 무엇보다 변화구를 유인구로만 활용하지 않고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노련미 있는 투구를 펼쳤다.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된 김원중은 이날 5년 만에 데뷔 첫 승, 그리고 선발 첫 승을 만들어냈다. 또한 그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NC전 연패의 굴레까지 이겨내는 투구로 ‘히어로’가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