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5·롯데 자이언츠)에게 복귀 공백기는 없었다. 이대호의 클래스와 존재감, 파괴력은 여전했다. 그런데 어딘가 허전했다. 팀이 NC전 15연패에 빠진 것도 있지만, 롯데로서는 10년 전의 아픈 기억이 불현 듯 떠오른 경기이기도 했다. 롯데의 올 시즌을 관통하는 주요 과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지난달 3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5-6으로 패했다. 이대호의 맹타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NC전 연패를 끊지 못했다.
2003일 만에 정규시즌 출장이기도 했던 이날 이대호는 2004일 만의 안타, 2005일 만의 타점, 2017일 만의 홈런포 등 복귀전에서 기록할 수 있는 기록은 거의 달성했다. 이대호는 NC 선발 제프 맨쉽에게 끌려가던 4회초 2사 2루에서 팀의 첫 안타이자 첫 득점을 손수 만들었다. 7회 안타를 추가하며 멀티 히트를 기록한 이대호는 4-6으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NC 임창민의 143km 빠른공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로 추격의 불씨를 당기기도 했다.
이날 경기 자체가 이대호 혼자서 고군분투 했다. 이대호가 없었으면 과연 롯데가 이렇게 끈질기게 따라 붙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던 경기였다. 여기서 10년 전의 기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10년 전인 2007년의 롯데는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대호의 존재감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말 그대로 이대호 혼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이 과장이 아니었다.
2007년 이대호는 타율 0.335(415타수 139안타) 29홈런 8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53의 성적을 기록했다. 2006년 트리플크라운 이후 기량이 본격적으로 만개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때 타선에서는 이대호를 뒷받침할 만한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81개의 볼넷을 얻어냈는데, 고의4구만 25개였다는 것은 이대호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이대호 뒤의 타자들과 승부를 펼쳤다는 의미다. 승부처에서 이대호를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 투수들은 이대호만 막으면 됐던 시기였다.
이대호의 합류는 분명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이대호 혼자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지난 2007년 이대호가 날고 기어도 롯데의 성적은 7위(55승68패 3무 승률 0.447)이었다.
결국 이대호를 뒷받침해야 하는 다른 타자들의 역할도 막중해지는 셈이다. 이대호에게 집중되는 견제를 이대호의 앞과 뒤에서 분산시켜야 이대호 합류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개막전에서 이대호는 홈런 상황 포함해 두 타석을 선두타자로 나섰고 4회 적시타 상황 외에는 이대호 앞에 주자는 없었다. 이대호를 보유한 롯데가 앞으로 지양해야 할 상황들이다. 다행히도 10년 전의 롯데 타선과는 달리 이대호 효과를 증폭시킬 역량을 가진 선수들이 충분하다.
개막전 단 한 경기뿐이었지만, 이대호의 건재를 확인했고, 롯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는 롯데의 NC전 연패와 관계없이 시즌 내내 안고 가야 할 문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