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훈련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의 등을 누군가 쳤다. 막 미디어 인터뷰를 마치고 선수들의 훈련을 보러 발걸음을 옮기던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이었다.
보치 감독은 황재균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더니 웃으면서 다음 일정을 향했다. 매번 그랬듯, 황재균과 주먹을 한 번 부딪히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황재균은 31일(이하 한국시간) 경기 후 보치 감독과의 대화 내용을 이야기했다. 로스터 진입 등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황재균은 “어제 뭘 했는지 물어보더라”고 웃었다.
보치 감독은 황재균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 했다. 애리조나 스프링 트레이닝을 마치고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입성한 황재균은 휴식일이었던 30일 금문교 등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명소를 찾아 모처럼 머리를 식혔다.
황재균은 “내가 갔던 스테이크집을 이야기하니 감독님도 엄청나게 좋아하는 집이라고 하더라. 낚시를 하냐고 물어 보길래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하니 올해 안에 꼭 낚시를 같이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묻자 한 구단 관계자는 “보치 감독은 오프시즌 중 낚시를 즐긴다. 자신의 배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가끔 선수들을 초대하는 경우도 있다. 감독이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제이(황재균의 애칭)에 대한 관심이 큰 것 아니겠는가”고 추측했다.
한 구단의 감독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다. 특히 개막을 앞둔 지금은 더 그렇다. 당장 30일까지 구단의 5선발은 확정되지 않았다. 야수 백업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살펴야 한다. 보치 감독도 바비 에반스 단장 등 구단 수뇌부와 이 문제를 놓고 어려운 논의를 계속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동양에서 온 한 루키를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황재균을 즉시 전력감으로 보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보치 감독은 31일 경기를 앞두고 황재균이 시즌 개막을 트리플A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암시를 남겼다. 황재균의 스프링 트레이닝 성과에 대해서는 극찬하면서도, 계약 문제가 걸린 다른 선수를 우선순위에 놓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트리플A에서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것 같다. 보치 감독은 황재균의 타격 능력에 대해 이미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보치 감독은 “만약 황재균이 트리플A에서도 (스프링 트레이닝과 같은) 좋은 타격을 보여준다면, 그는 MLB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면서 트리플A에서는 좀 더 많은 좌익수 경험을 쌓아 포지션의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마이클 모스와 맥 윌리엄스의 부상으로 좌익수 자리가 헐거워졌다. 가뜩이나 약점인 포지션이라 고민이 크다. 스프링 트레이닝 팀 내 홈런왕인 크리스 마레로의 25인 진입이 사실상 확정된 것도 그가 1루수와 좌익수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은 황재균도 트리플A에서 충분한 좌익수 경험으로 구단의 필요성에 부응하길 기대하고 있다.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부상자가 생길 수도 있고, 백업 선수들의 부진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황재균에게 필요한 것은 그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잡을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흐름을 볼 때, 황재균의 준비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을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